"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떨리고 값진 경기였다."
'스틸타카'가 전주성을 무너트렸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포항 스틸러스는 19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서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 현대를 승부차기 혈투 끝에 제압했다. 전후반 90분과 연장 30분 동안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포항은 승부차기서 신화용 골키퍼의 신들린 듯한 선방쇼에 힘입어 4-3으로 누르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승리의 주역은 '가을 전어' 박성호도,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명주도 아니었다. 22살의 '새내기 강철전사' 김승대였다.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24분 박성호의 헤딩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터트렸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위치선정, 깔끔한 결정력이 돋보였다.

김승대는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서 "전북과 이미 리그서 만난 적이 있어 마음 편하게 뛴 것이 골로 이어진 것 같다"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동료에게 패스를 하려고 한다. 많이 지적 받은 부분이고 보완하는 훈련을 했다. 공을 처음 받고 공간이 보여 슈팅을 했다"고 선제골 상황을 설명했다.
김승대는 행운의 사나이다. 프로 데뷔 시즌에 FA컵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포항 유스 출신으로 올 시즌 K리그에 이름을 알렸다. 시즌 초반 교체로 간간이 출전했지만 에이스인 황진성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자 본격적으로 기회를 잡았다. 시즌 도중 만능 미드필더 신진호의 임대도 기회가 됐다.
김승대는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강팀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지난달 8일 전북전서 도움을 기록하더니 9월 22일 울산전서도 1도움을 올리며 황선홍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날 선제골로 FA컵 우승을 이끈 김승대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떨리고 값진 경기였다. 골을 통해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린 것에 만족한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포항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선두를 달리고 있다. 더블(K리그+FA컵 우승)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감독님께서 뛰게 해주신다면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나서겠다"는 김승대는 "리그에서도 골 욕심을 내는 한편 여유를 갖고 팀을 위해 뛰겠다"고 신인다운 당찬 각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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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