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3] ‘출루=득점’ 임재철의 천금 레이저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0.19 17: 56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밀려나고 싶지는 않다. 아직도 젊은 후배들만큼 뛸 수 있고 볼도 잘 골라낼 수 있으니까”.
LG와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두산 베어스 선수단의 맏형은 두 명이다. 바로 주장 홍성흔(36)과 임재철(37). 홍성흔이 빠른 77년생이라면 임재철은 정통 76년생이라 동기지만 나이는 임재철이 한 살 더 많다. 올 시즌 스타팅 보다는 백업이 익숙했던 맏형 임재철은 오랜만에 잡은 선발 출장 기회에서 팀의 5-4 박빙 승리에 기여하며 왜 자신이 아직도 중용될 만한 선수인지 증명했다.
임재철은 19일 잠실구장서 벌어진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 2볼넷 3득점을 올렸다. 세 번의 출루를 성공해 모두 득점에 성공한 뒤 정성훈의 안타로 인한 동점 위기를 레이저빔 송구로 막아냈다. 코칭스태프의 용병술을 성공으로 이끈 임재철의 선구안과 베이스러닝은 분명 높이 살 만 했다.

1999년 롯데에서 데뷔한 뒤 삼성-한화를 거쳐 지난 2004시즌 중 좌완 차명주와의 맞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임재철은 2005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당시 2번 타자이자 주전 우익수로 팀에 공헌했던 베테랑이다. 늦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09시즌에도 2할8푼1리의 타율에 4할을 넘는 출루율을 보여주며 선구안에 있어 오히려 일취월장한 능력을 보여줬다.
올 시즌 임재철의 성적은 70경기 2할5푼9리 10타점 2도루로 크게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팀도 임재철 외 주전 우익수로 발돋움한 민병헌, 다른 팀에 가면 곧바로 주전 외야수 한 자리를 꿰찰 정수빈을 보유하고 있어 임재철을 선발 라인업보다 주로 대수비 요원으로 기용했다. 민병헌과 정수빈이 한창 뛸 20대 선수인 반면 임재철은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선수인 만큼 자연스레 출장 기회는 민병헌과 정수빈에게 먼저 주어졌다.
그러나 3차전은 달랐다. 상대가 천적인 좌완 신재웅을 출격시켰고 그만큼 오른손 타자를 상위 타선에 배치해 상대를 흔드는 것이 우선 순위였다. 이 전략에 따라 임재철은 2010년 이후 오랜만에 포스트시즌 선발 라인업에 배치되었다. 앞서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서 상대 중견수 유한준의 호수비에 홍성흔의 안타성 타구가 뜬공으로 변모한 뒤 홈에 태그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아 마음고생을 한 만큼 임재철 입장에서는 자존심 회복이 반드시 필요했다.
전략은 성공했다. 1회말 첫 타석서 2구 째 만에 2루수 뜬공으로 아웃된 것은 아쉬웠으나 0-1로 뒤진 3회말 무사 1,2루서 페이크 번트 슬래시 타격으로 우전 안타를 때려내며 무사 만루 기회를 이끌었다. 이 안타는 신재웅을 압박했고 결국 LG 수비의 잇단 실수가 이어지며 두산의 역전 3득점 도화선에 불을 붙인 안타와도 같았다.
4회말 볼넷으로 출루한 임재철은 정수빈의 우익수 방면 3루타 때 홈을 잘 파고들었다. 접전이 될 수도 있던 타이밍이었으나 상대 포수 윤요섭이 막지 못한 부분을 훅 슬라이딩으로 파고들어 팀의 4득점 째를 뽑았다. 그리고 6회말 볼넷을 골라낸 뒤 2사 1,2루서 2루 주자로서 최주환의 우전 안타 때 주저없이 홈을 파고들어 득점을 올렸다.
이 뿐만 아니다. 임재철은 프로 데뷔 이후 오랫동안 현장이 인정하는 '최고의 강견 호수비의 외야수'로 평가받았다. 5-4로 박빙 리드를 지킨 순간 임재철은 정성훈의 좌전 안타를 잡은 뒤 곧바로 홈으로 송구해 슈퍼 소닉 이대형의 홈 쇄도를 아웃으로 이끌었다.
홍성흔과 임재철은 팀을 이끄는 동기생 맏형들이다. 홍성흔이 파이팅을 외치는 활발한 리더라면 임재철은 진중한 분위기와 끊임없는 자기 관리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맏형. 준플레이오프 3차전서 본의 아니게 비난을 받아야 했던 맏형 임재철은 자신의 세 차례 출루를 모두 득점으로 이끌고 역전의 발판을 놓는 멋진 작전수행 능력으로 존재가치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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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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