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응답하라 1994' 이렇게 멋진 '쓰레기'를 또 봤나
OSEN 황인혜 기자
발행 2013.10.20 08: 08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매들은 연인 관계로 오해할 정도로 유난을 떨며 서로를 끔찍하게 챙긴다. 하지만 현실 남매는 다르다. 그냥 끔찍하다. 눈만 마주쳐도 못 잡아먹어 안달인 앙숙 관계가 대부분이다. 남이었으면 싶을 때가 더 많다. ‘응답하라 1994’의 성나정(고아라 분)과 쓰레기(정우 분)도 그런 흔한 현실 남매로 보였다. 그런데 방송 2회 만에 충격적인 반전이 공개됐다. 만나기만 하면 서로의 머리채를 잡고 죽기 살기로 흔들어 대던 이들이 친남매가 아닌 남남이라는 사실.
19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2회에서 쓰레기의 반전 매력이 공개됐다. 쓰레기는 집에서 추리닝 차림으로 소파에서 뒹굴 거리며 만화책이나 보는 게 유일한 삶의 낙이다. 육감은커녕 기본적인 오감마저 무뎌 유통기한 지난 상한 우유도 일단 입에 털어 넣고 본다. 떨어진 음식도 줍자마자 입에 넣기 바쁘다. 그래서 별명이 쓰레기다. 그런데 천하에 할 일 없는 백수인 줄 알았던 그가 명문대 의대생이란다. 실습 나간 병원에서 하얀 의사가운을 입고 등장한 쓰레기가 달리 보이는 건 성나정 뿐이었을까.
쓰레기의 또 하나의 반전은 성나정의 내레이션을 통해 드러났다. 성나정은 "나에겐 오빠가 하나 있다. 어릴 적 나의 꿈은 오빠와 결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빠에겐 소꼽친구가 하나 있다. 우리 셋은 언제나 함께였다. 그러던 어느 봄날 마치 거짓말처럼 사랑하는 오빠가 멀리 떠나 버렸다. 그리고 그날 이후 오빠 친구는 우리 오빠가 됐다“고 말했다. 쓰레기는 어린 시절 모든 걸 함께 했던 가장 친한 친구가 세상을 떠나자 친구가 했듯 성나정을 친동생처럼 살뜰하게 챙겼다. 죽은 친구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쓰레기는 친아들처럼, 친오빠처럼 굴며 나정의 가족이 됐다.

그런데 쓰레기를 향한 성나정의 감정이 변하는 계기가 찾아왔다. 허리 디스크로 입원한 성나정이 통증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자 쓰레기가 말없이 꼭 안아서 재워줬고, 그의 품 안에서 성나정은 두근거림을 느꼈다. 방송 말미에는 술에 취한 성나정이 쓰레기의 입술을 깨무는 주사를 부리는 장면에 이런 내레이션이 흘러나오며 두 사람의 관계 변화를 예고했다. “익숙한 버릇, 익숙한 일상 그리고 익숙한 사람이 어느 순간 낯설어지는 건 딱히 혼란스러운 일만은 아니다. 어쩌면 그건 새로운 일상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은밀한 신호일지 모르니까.”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며 현실 남매의 리얼한 모습으로 웃음을 줬던 성나정과 쓰레기가 남녀로 마주했을 때 어떤 '케미'를 만들어낼지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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