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여유가 충격을 감동으로 만들었다.
신승훈은 19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히든싱어2' 원조가수로 출연했다. 그는 자신의 히트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 '처음 그 느낌처럼', '보이지 않는 사랑'을 모창능력자들과 나눠 부르며 평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5인의 모창능력자들과 접전을 벌였으나 최종 라운드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날 신승훈은 '히든싱어' 사상 처음으로 원조가수가 출연해 탈락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어떻게 보면 충격에 가까웠고, 제작진의 표현에 따르면 기분좋은 기적이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따라한 누군가에 '신승훈'이라는 이름을 빼앗긴 건 아쉬웠으나, 그 대상이 오랜 시간 신승훈을 좋아했던 팬이라는 점이 큰 위안이 됐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신승훈은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며 전설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팝페라 신승훈’ 장진호, ‘2NE1 신승훈’ 이현경이 꾸준히 위협했지만 그는 "요것봐라?"라고 농담을 건네고,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나 제대로 불렀는데도 모르더라?"고 볼멘소리를 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라운드가 진행될 수록 달라지는 신승훈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처음부터 일관되게 고자세 또는 저자세를 유지하지 않고 분위기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에서 특유의 예능감이 묻어나왔다. 그는 0표를 자신했던 오프닝에 이어 2라운드를 마친 후에는 2등을 내다봤다. 이어 최종 라운드에서는 탈락의 가능성도 염두에 놓으며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자신과 똑같은 목소리를 가진 후배들의 활약에 오히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신승훈은 장진호가 우승자로 호명된 후 "MBC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나갔던 후배, 동료들이 하는 말이 '이 정도면 되겠지' 했다가 나중에는 한 소절, 한 소절 소중하게 부르게 된다더라. 이 방송을 본 다음인 11월에 공연이 있다. 이 친구가 하는 걸 유심히 듣고 잃었던 초심을 찾겠다"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또 그는 "무명일 때 사랑 받으려고 정말 노력 많이 했는데 후배들이 내 목소리를 연구하면서 보여줬던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3년만에 이런 프로그램 나왔는데 오히려 이변이 나와도 상관 없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평가자로 자리한 강용석은 "지난 20년 간 저렇게 담고 싶어하는 팬이 있었다는 게 (놀랍다). 신승훈 보다 더 신승훈 같이 부를 수 있었는지. 그런 팬을 낳은 신승훈이 정말 위대한 스타라는 생각이 든다"며 놀라워 했다.
끝까지 신승훈과 경쟁을 벌였던 인물은 ‘팝페라 신승훈’ 장진호였다. 그는 "모창을 따라하다 보니까 (비슷하게) 되더라. 그 때부터 열심히 따라했다. 신승훈의 노래를 매료됐는데 지금의 감성을 갖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올해 21살이 된 이현경은 "요즘 노래보다 신승훈 씨 노래가 더 마음에 남는다"며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인데 오디션에서 번번이 탈락하고 있다. 재능 없고 실력도 없다고 해서 낙심했지만 계속 도전하고 있다"고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날 모창능력자로는 장진호, 이현경 외에 ‘판사 신승훈’ 신동환, ‘대표이사 신승훈’ 백기수 등이 자리했다. 특히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백기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사촌 형이 교통사고로 죽었고 다음 날 아버지가 충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 해 좋아하던 김현식이 11월 1일에 세상을 떠났다"며 "좋아하는 세 사람을 한번에 잃었는데 신승훈이 데뷔하고 많이 변했다. 힘을 많이 얻었고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계기가 됐다"고 밝혀 감동을 낳았다.
한편 신승훈은 데뷔 후 처음으로 지난 17일 정오 각 음악사이트를 통해 새 앨범 '그레이트 웨이브(GREAT WAVE)'의 선공개곡인 '내가 많이 변했어'를 발표, 엠넷을 비롯한 벅스, 소리바다, 올레뮤직 등 4개 음원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컴백을 예고했다.
앞으로 신승훈은 오는 23일 정오, 새 앨범 '그레이트 웨이브(GREAT WAVE)' 공개하며 같은 날 저녁 7시 서울 올림픽공원 내 K아트홀에서 '신승훈 컴백-그레이트 웨이브'라는 타이틀로 쇼케이스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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