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동안 류현진 선수 덕분에 정말 즐거웠고 영광이었다."
'괴물투수' 류현진(LA 다저스)의 곁을 항상 지키는 준수한 남자, 마틴 김는 이제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하다. 그는 미국에 처음 건너온 류현진의 귀와 입을 대신하면서 적응을 성심성의껏 도왔다. 통역으로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만, 실은 다저스 구단 마케팅 담당 직원이다.
본업인 마케팅과 류현진의 통역 업무를 동시에 하느라 한 시즌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다는 마틴 김. 19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패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순간 마틴 김의 한 시즌도 끝났다. 다저스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올 한해 류현진 선수와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처음 류현진이 다저스에 입단했을 때는 마틴 김과 항상 붙어다닐 수밖에 없었다. 류현진도 나름대로 미국진출 전부터 영어공부를 하며 준비를 해왔지만, 영어를 일상적으로 쓰면서 생활하기에는 조금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시즌 막판에는 원정을 떠날 때 마틴 김 없이 홀로 떠날 정도로 영어가 늘었다. 마틴 김은 포스트시즌에는 공식인터뷰 통역업무로 다시 류현진과 함께 다녔으나, 류현진은 빠른 속도로 미국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다.
재미있는 건 류현진이 스페인어를 먼저 배웠다는 점이다. 팀 내에서 류현진과 친한 선수, 즉 후안 우리베·아드리안 곤살레스·야시엘 푸이그는 모두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구사한다. 류현진은 그들과 함께 장난치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스페인어에 먼저 익숙해졌다. 마틴 김은 "정말 류현진이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더 빨리 배웠다"며 미소지었다.
마틴 김은 류현진 한 명으로 다저스 구단의 한인마케팅이 큰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히 수치화하기는 힘들지만, 류현진이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구장을 찾는 한국인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구단도 이를 확실하게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포스트시즌, 류현진이 선발로 등판한 경기에도 다저스는 관중 만원에 실패했다. 다저스타디움의 정원은 5만6000명, 류현진이 나온 디비전시리즈 3차전은 5만4646명이 구장을 찾았고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도 5만3940명의 관중을 기록, 구장을 가득 메우는데 실패했다.
그 이유로 마틴 김은 비싼 입장권 가격을 꼽았다. 그는 "4인 가족이 포스트시즌에 야구장을 찾으면 못해도 800달러(약 85만원)를 써야한다. 한국인들은 그 가격이면 야구장에 오는 것보다 집에서 편하게 야구보는 걸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마틴 김은 "정규시즌에는 류현진이 나오면 한인들이 3000~4000명은 와서 응원을 했는데 정작 포스트시즌에는 150명 정도가 온 것 같더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끝으로 마틴 김은 "잊지 못할 한 해였다. 내년에도 계속 현진이의 통역을 할 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어쨌든 현진이가 초대도 했으니 조만한 한국을 찾을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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