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우승이 아니라면 꼴찌랑 무엇이 다르겠나".
LA 다저스 최고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5)가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쓴맛을 맛봤다. 커쇼는 지난 1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선발로 나왔으나 4이닝 10피안타 2볼넷 5탈삼진 7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다저스도 0-9, 충격적인 영봉패를 당하며 월드시리즈 진출권을 세인트루이스에 내줘야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에이스의 침몰. 다저스에는 충격 그 자체였다.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5이닝 이하로 던지며 7실점 이상 내준 것도 4번째로 매우 드문 일. 그것이 하필이면 커쇼라는 게 믿기지 않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괴로운 건 당사자 커쇼 그 자신이었다.

이날 경기 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커쇼는 자신의 괴로움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는 "많은 점수를 줬고,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이길 수 있는 경기가 아니었다. 전부 나 때문이다. 실망스럽다"며 "변명하고 싶지 않다. 내가 못 던진 것이고, 내가 부족했다"고 자신을 탓했다.
무엇보다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커쇼는 "우리팀 모두 정말 열심히 했다. 훌륭한 팀이고, 승리 하기를 원했다"며 "특히 마이클 영처럼 자신의 경력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베테랑들이 많이 원했을 것이다. 정말 참기 힘든 결과"라고 괴로워했다.
하지만 커쇼는 올해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며 2011년에 이어 두 번째 사이영상 수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팀 내 가장 많은 4경기를 나섰고, 그 중 1경기는 3일 휴식 후 등판으로 투혼을 발휘했다. 커쇼가 없었다면 다저스가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없었다.
그러나 커쇼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는 "월드시리즈 우승이 아니라면 플레이오프에 나간 것이나 꼴찌를 한 것이나 다를 게 없다. 우승을 못하면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다"며 "올해 우리는 정말 좋은 순간들을 보냈다. 무섭게 질주했다. 그러나 우승을 못한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프로의 세계에서 우승만이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게 에이스의 생각이다. 모처럼 찾아온 우승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것에 대한 자책감이다. 하지만 팀 동료 애드리안 곤살레스는 "커쇼보다는 우리의 공격력에 더 문제가 있었다"며 2안타 무득점에 그친 타선의 문제를 자책했다. 어떻게든 에이스의 기를 살리고픈 마음이었다. 하지만 커쇼가 좌절감에서 벗어나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듯하다. 그만큼 본인에게도 충격적인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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