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옥)과 MBC 주말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극본 최현경 연출 김남원, 최병길)가 엇갈린 시청률로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들을 맞이하고 있다.
20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결과에 따르면 지난 19일 방송된 ‘왕가네 식구들’은 전국기준 26.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14일 방송분 보다는 떨어진 기록이지만 보통 토요일 시청률이 일요일 시청률 보다 낮게 나오는 점을 감안, 지난 13일 방송분(23.1%)과 비교해보면 3.0%포인트나 상승한 기록이다.
반면 시간대는 다르지만 주말드라마 경쟁작인 ‘사랑해서 남주나’는 8.9%로 6회 만에 또 다시 최저시청률을 찍었다. 지난달 29일 2회(12.8%)가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추락하기만 하는 시청률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두 드라마가 전혀 다른 시청률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왕가네 식구들’은 3대가 함께 생활하는 왕 씨 가족을 중심으로 부부간의 갈등, 부모의 편애에 대한 자식들의 갈등 등을 그린 드라마다.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 등으로 유명한 문영남 작가가 집필한 작품으로 방송 전부터 관심을 받았고, 방송 이후에도 독특한 캐릭터들과 다소 유쾌한 내용으로 30%에 육박하는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 중이다.
이 드라마는 인기와 함께 욕도 많이 먹었다. 극 중 인물들이 이기적인 행동과 막말로 보는 이들의 분통을 터뜨리고 있기 때문. 특히 남편의 사업실패에도 사치스런 과거를 잊지 못하고 안하무인격의 태도를 보이는 왕가네 첫째 딸 수박(오현경 분)과 그런 그를 감싸며 도리어 열심히 살아가는 둘째 딸 호박(이태란 분)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편애를 일삼는 엄마 앙금(김해숙 분)의 도를 넘어선 행동에 많은 시청자들은 분노를 표한다.
또 일부 시청자들은 분노를 넘어 현실과 다른 자극적인 전개로 이목을 집중시키려 하는 드라마 자체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논쟁은 결국 드라마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욕할 사건이 많은 만큼,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에 점점 몰입이 돼 가는 것.
'사랑해서 남주나'는 인생의 황혼기에서 새로운 로맨스를 꿈꾸는 이들과, 좌충우돌 부딪히며 성장해 나가는 청춘들의 사랑, 가족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방송 초반부터 청정극이라는 칭찬을 받아왔다. 지금도 '사랑해서 남주나'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좋은 편. 서로에 대한 상처를 지닌 가족들이 이를 풀어가는 내용이 공감을 자아낸다는 평이다.
물론 이 드라마는 시간대 면에서 '왕가네 식구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시간대 탓만 할 수는 없다. 전작 '금 나와라 뚝딱'의 경우, 2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결국 흡입력의 차이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다. 자극적인 요소가 배제됐다 해도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사랑해서 남주나'는 아직까지 그런 부분에서 부족함을 보이고 있는 것.
'왕가네 식구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자극적인 요소 때문만은 아니다. 예를 들자면, 왕가네의 셋째 딸 왕광박(이윤지 분)과 최대세(이병준 분)의 아들 최상남(한주완 분)의 알콩달콩 로맨스는 현재 드라마의 인기를 끌고 가는 가장 큰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적절한 로맨스로 주말극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청정극인 동시에 시청자들의 흥미를 더 유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랑해서 남주나'가 풀어야 할 숙제인 듯 하다.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는 '왕가네 식구들'과 '사랑해서 남주나'. 마지막에는 누가 웃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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