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서 이기거나 최소한 동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김기태 LG 감독은 누구를 탓하지 않았다. 최태원 작전·주루 코치를 외면(?)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LG는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4-5로 졌다. 경기 내용이 썩 좋지 않았고 마지막에는 아쉬움도 남긴 승부였다. 3회 결정적 실책으로 경기 주도권을 내준 LG는 9회까지 끝까지 추격전을 벌였으나 결국 1점차 패배를 당했다. 플레이오프 전적 1승2패를 기록한 LG는 이제 벼랑 끝 사투를 벌여야 할 판이다.
9회 마지막 공격이 아쉬웠다. 3-5로 2점 뒤진 채 9회를 맞이한 LG는 1사 후 김용의가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3루타를 터뜨리며 물꼬를 텄다. 그리고 이진영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따라 붙었다. 그 다음 두 번의 플레이가 LG팬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이어진 1사 2루에서 정성훈이 좌전 안타를 쳤고 대주자 이대형은 홈으로 뛰어 들었다. 그러나 두산 좌익수 임재철의 정확한 홈 송구에 걸려 아웃됐다.

기회는 또 있었다. 2사 2루에서 이병규(9번)이 다시 우전 안타를 때렸다. 역시 2루에 있던 대주자 문선재가 홈으로 달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두산 우익수 민병헌이 정확하게 공을 홈으로 던지며 문선재가 홈에서 아웃됐다. 안타 네 개에 상대 폭투까지 등에 업고도 1점에 그친 LG였다. 결국 두 차례의 홈 쇄도가 뼈아팠다. 3루 베이스코치였던 최 코치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도 여기저기서 들렸다.
하지만 김 감독은 최 코치를 탓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최 코치가 죄송하다고 하길래 괜찮다”라고 이야기하면서 “베이스코치가 그래서 어렵다. 안 돌릴 수 없는 타이밍이었다”고 두둔했다. 오히려 최 코치를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일부러 안 봤다”라고 웃었다. 최 코치가 부담을 느낄까봐 피했다는 의미다.
한편 3회 실점 상황에 대해서도 특별한 핑계를 대지는 않았다. LG는 무사 만루 위기에서 김현수의 1루 땅볼 때 3루 주자 김재호를 홈에서 잡았다. 하지만 김재호가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윤요섭의 다리와 충돌하는 자아면이 연출됐고 이 때문인지 윤요섭은 1루에 악송구를 해 병살 플레이가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이 악송구는 2실점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내야 더블 플레이 때와 똑같다”라고 했다. 더블 플레이 때 주자들은 야수들의 송구를 방해하고자 일부러 태클을 하거나 야수들을 향해 돌진하는 경우가 있다. 홈에서의 충돌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기본은 비슷하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그런 플레이는 우리도 한다”라며 조용히 아쉬움을 삼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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