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에서 그렇게도 좋았던 LG의 희생번트 작전이 4차전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여기에 실책은 LG를 시리즈 내내 괴롭혔다.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가지도, 착실하게 주자를 진루시키지도 못한 LG가 가을야구 조기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LG는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1로 맞선 7회 이종욱에게 결승 희생플라이를 허용한 끝에 1-5로 졌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1승3패를 기록한 LG는 2002년 이후 첫 가을잔치를 허무하게 끝내야 했다. 정규시즌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신바람을 냈던 LG지만 결국 큰 경기에서의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며 두산에 서울의 왕자 자리를 내줬다.
전반적으로 공격이 다시 한 번 답답함을 드러낸 경기였다. 2차전에서 잔루 12개, 3차전에서 잔루 10개를 기록했던 LG는 이날도 몇 차례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며 고전했다. 그 중심에는 희생번트 작전의 실패가 있었다. 경기 초반 선두 타자가 두 차례 출루했으나 이들이 루상에서 횡사하며 결국 득점에 이르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2회 실책으로 1점을 내준 LG는 0-1로 뒤진 3회 선두 손주인이 중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곧바로 실점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였다. 윤요섭에게 주어진 임무는 희생번트였다. 상대 선발 유희관의 역량을 인정하고 일단 동점을 만들어놓겠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윤요섭의 번트는 투수 앞으로 굴렀고 유희관은 곧바로 2루에 던져 손주인을 잡았다.
4회에는 무사 1,2루의 기회에서 역시 희생번트 실패로 땅을 쳤다. LG는 선두 이진영과 정성훈이 유희관의 제구가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여기에 LG는 핵심 타자인 이병규(9번)에게 희생번트를 대게 하는 강수를 썼다. 그만큼 1점이 절실했던 LG였다. 그러나 역시 이병규의 번트는 투수 앞으로 너무 정직하게 굴렀고 유희관은 3루로 던져 2루 주자를 잡아냈다. 아웃카운트 하나가 헛되이 올라갔음은 물론 경기 분위기까지 내주는 작전 실패였다.
이후 LG는 6회에도 권용관 이진영의 연속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경기 흐름으로 본다면 희생번트로 착실하게 주자를 진루시킬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두 차례나 번트 실패를 맛본 LG 벤치는 역시 번트를 대본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정성훈에게 과감하게 번트 사인을 내지 못했다. 결국 정성훈 이병규(9번)라는 중심타자들이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한 LG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쳤다.
반면 두산은 7회 선두 임재철이 사구로 나가자 최재훈이 착실하게 희생번트를 대 대주자 민병헌을 2루로 보냈다. LG와는 반대되는 행보였다. 결국 두산은 이상열의 폭투를 틈타 민병헌이 3루로 갔고 이후 이종욱의 희생플라이 때 천금같은 결승점을 뽑았다. 두산이 7회 친 안타는 하나도 없었다. 한국시리즈 진출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차이였다.
실책은 또 LG를 괴롭혔다. 정성훈의 결정적 실책 2개로 1차전을 내준 LG는 3차전에서도 실책 4개가 겹치며 졌다. 4차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1루수 김용의의 포구 실책으로 2회 선취점을 내줬고 결국 이 점수는 LG를 무겁게 짓눌렀다. “실수를 줄이겠다”라며 기본기를 강조했던 김기태 LG 감독의 구상은 적어도 올해 실현되지 못한 셈이 됐다. 유광점퍼의 유효기간도 4경기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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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