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피날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풀타임 시즌 10승을 거두고 이제는 가을야구 최고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페넌트레이스 때도 하위팀보다 상위팀에 강했던 좌완 유희관(27, 두산 베어스)은 웬만한 정치인보다 더욱 뛰어난 모습으로 자신이 이야기한 공약을 지켰다.
유희관은 20일 잠실구장서 벌어진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로 나서 7이닝 동안 6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3개) 1실점으로 호투하며 2-1로 앞선 8회초 데릭 핸킨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지난 14일 목동 넥센 준플레이오프 5차전 7이닝 1피안타 무실점에 이어 또다시 인생투를 펼친 유희관이다. 그리고 팀은 5-1로 승리하며 2008년 이후 5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서 모두 선발로 나서 승리는 따내지 못했으나 평균자책점 0.63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유희관은 지난 18일 휴식일서 팀의 자율 훈련에 참여했다. 이날 김진욱 감독은 3차전 선발 더스틴 니퍼트와 4차전 선발로 나설 유희관이 호투해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결정되길 바랐다.
마침 유희관이 감독의 곁을 지나갔다. 김 감독이 “네게 기대가 크다”라고 밝혔고 유희관은 넉살 좋게 “피날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허리를 굽혀 악수했다. 3차전 승리 후 4차전도 자신이 승리를 이끌어 팀의 플레이오프 성공적인 피날레를 이끌겠다는 공약이었다. 앞서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도 “상대 4번 타자 박병호가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다. 반드시 막겠다”라고 밝힌 뒤 정말 제대로 봉쇄했던 유희관이다.
그리고 유희관은 또다시 호투로 자신이 이야기한 공약을 지켰다. 4회와 6회 위기가 찾아왔고 7회 자신을 도발했던 박용택에게 좌중간 1타점 2루타를 내주기는 했으나 곧바로 7회말 이종욱의 희생플라이와 8회 추가 3점 덕택에 승리 요건이 주어졌고 그리고 데뷔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장식했다.
물론 공약이 모두 지켜진 것은 아니다. 페넌트레이스 최종전(5일 LG전)서 역전 결승타를 허용한 장충고 12년 선배 ‘적토마’ 이병규(9번)를 막고 싶다고 밝혔으나 2안타를 내줬고 2차전이 끝난 후 “왜 유희관 공을 못 치는 지 모르겠다”라고 도발한 선배 박용택에게 7회 동점타를 내줬다. 그래도 박용택의 앞선 세 번의 타석을 무안타로 이끌며 선방했다.
실력이 없다면 호기로운 각오는 그냥 허세가 된다. 그러나 유희관은 분명 확실한 실력을 갖추고 포스트시즌서 자신의 위력을 제대로 떨쳤다. “피날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던 유희관은 호투로 팀의 플레이오프를 마치고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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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