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조공 문화, 양날의 검..'잘하면 약, 자칫하면 독'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10.20 21: 17

팬덤문화에서 선물을 격상, 혹은 비하하기 위해 쓰이는 말 '조공'이 스타에게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잘만 활용하면 팬들과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는 즐거운 '제도'가 되지만, 자칫 선을 넘었다가는 상당한 비난에 직면할 수 있는 것. 특히 팬덤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조공 자체가 무조건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세심한 주의를 요하고 있다.
가장 애용되는 '조공'은 팬들이 스타의 촬영장 등에 보내는 식사, 간식 대접이다. 아이돌 스타가 예능에 출연하면 출연진들이 스타의 팬클럽에게 "도시락 잘 먹었다"고 감사를 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바로 조공 문화의 하나. 좀 더 발전해 영화, 드라마 촬영장 등에 밥차를 보내 제대로 된 식사 대접을 하는 경우도 있다. 스타들은 이들의 성의에 답하기 위해 주로 밥을 먹고 있는 인증샷을 찍어 트위터 등에 올린다. 이 사진은 나아가 드라마, 영화 홍보 자료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식사 단위를 뛰어넘는 조공도 많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명품백, 비싼 악기는 물론이고 일부 한류 스타들에게는 자동차, 냉장고 등 고가의 제품들도 쇄도한다. 한 한류스타의 관계자는 "스타가 이사한다는 걸 알리면, 내부 가구 및 인테리어는 팬들이 알아서 다 해줄 정도"라고 귀띔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늘 쏟아지는 선물에 스타가 익숙해지게 마련. 공개적으로는 아니더라도, 팬들이 갖고 싶은 걸 물어볼 때 답을 해주는 경우는 많다. 주로, 방송에서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좋아한다'고 한 게 어마어마한 선물 공세로 이어지기 때문에 어차피 버릴 것보다는 다른 필요한 걸 말하는 게 팬들에게도 더 의미 있지 않겠냐는 입장도 설득력 있다.
그러나 이같은 편한 발언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공식적으로 선물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 더구나 정말 선물을 요구한 건지, 그냥 일반 글처럼 단순히 '갖고 싶다'는 의미가 와전된 것인지도 모호하다. 20일 데니안이 야구를 응원하겠다며 유광점퍼를 갖고 싶다고 하고, 이후 팬이 구해준 점퍼를 인증한 것도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억울한 측면도 있을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절대 팬들에게 무언가를(조공을) 바라고 그런 글을 올릴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유키스도 지난해 일부 멤버가 유명 온라인 게임 한정판을 팬들에게 구해달라는 뉘앙스를 풍겼다가 비난을 받은 바있다. 늘 뭘 선물 받고 싶냐는 질문을 받는 스타와 이런 문화가 생경한 일반 네티즌, 사이에 간극이 넓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아예 '싹'을 자르는 경우도 많다. 최근 성공적으로 컴백한 임창정이 좋은 예. 그는 최근 자신의 팬사이트에 '조공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리고 "즐겁고 행복한 분위기를 위화감 드는 선물 들고 오는 사람 때문에 망치는 일 없도록 해. 집으로 돌려보낼 거다. 진심으로 받고 싶은 거 있으니까 그걸로 통일하도록"이라면서 "골프샵 가면 모 브랜드 골프공이 있다. 3개들이 한 상자에 1만 5000원 하는 걸로 알고 있다. 3명이 5000원 남짓 보태면 한 상자 살 수 있다. 그 공을 나눠서 한 사람이 한 알씩 예쁘게 알사탕처럼 포장하고, 정성스러운 편지 한 통이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라고 강조, 웃음을 자아냈다.
ri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