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야구가 이겼다. ‘즐기는 야구’를 표방했던 LG를 꺾었다. 두산의 경험과 두꺼운 선수층이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나섰던 LG를 얼어붙게 했다.
두산은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이하 PO) 4차전 LG와의 경기에서 투타 모두 압도한 끝에 LG를 5-1로 이겼다. 선발 유희관의 공은 느렸지만 LG 타자들을 봉쇄했고 안 터질 듯 했던 타선도 8회 폭발했다. 두산의 가을야구는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졌다.
두산은 정규리그 4위를 기록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이하 준PO) 5차전 혈투를 버텼고 LG와의 플레이오프도 집어삼켰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준PO에서 넥센의 우세를, PO에서 LG의 우세를 점쳤다. 정규리그 상대전적도 두산은 넥센에 7승 9패로 뒤졌고 LG와는 8승 8패였다. 하지만 경험과 두꺼운 선수층으로 큰 경기에서 반전의 드라마를 썼다.

준PO에서는 1차전과 2차전을 아쉬운 경기력으로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지만 3차전부터 포수 최재훈이 시리즈를 장악하며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다. 최재훈은 3차전 연장 14회까지 홀로 마스크를 썼고 3차례 도루를 저지했다. 4차전에서는 결승포를 터뜨렸다. 그렇게 두산은 최재훈이라는 보배를 발견했다.
LG와의 PO. 두산은 체력에서 밀렸지만 경기력과 집중력에서 LG에 앞섰다. 가을야구 경험에서 비롯됐다. 1차전 LG가 실책으로 자멸했고 3차전에서도 LG는 3회 3실책 등 가을야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두산은 준PO보다 향상된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 3차전 9회 나온 두 차례의 보살, 7회 나온 정수빈의 다이빙 캐치는 두산의 수비력을 증명했다.
주전과 주전이 아닌 선수가 없는 두꺼운 선수층도 두산 야구의 힘이었다. 두산은 LG와의 PO 3차전에서 민병헌과 임재철이 테이블 세터로 기용됐고 제 몫을 다했다. 김현수가 경기 도중 정수빈과 교체됐고 홍성흔도 최주환과 교체됐지만 정수빈은 공수 모두 활약했고 최주환도 쐐기 적시타를 때렸다.
4차전에서도 8회 최준석이 봉중근을 상대로 대타 솔로포를 때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최준석은 넥센과의 준PO 이후 포스트시즌 두 차례 대타 홈런을 때렸다. 이날 4번 타자를 맡은 오재일도 8회 3루타와 상대 실책을 묶어 한 번에 홈을 밟았다. 주전에 얽매이지 않고 당일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선수를 기용할 수 있다.
한편 두산은 24일 대구구장에서 삼성과 한국시리즈 패권을 놓고 마지막 승부를 시작한다. 21일부터 3일 동안 체력을 보충할 수 있다. 점차 탄탄해지고 있는 수비와 경기력은 삼성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
4위 두산이 3위 넥센을 이겼다. 2위 LG도 잡았다. 이제 삼성만 남았다. 4위의 반란을 꿈꾸고 있는 두산의 가을야구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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