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3루타' 오재일, 최고의 날 보낸 '하루살이 인생'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3.10.21 08: 27

"전 하루살이예요".
올 시즌 막판 두산 덕아웃에서 만난 오재일(27)은 밝지만 어딘가 무거워 보였다. '잘 지내느냐'고 안부 인사를 묻자 "하루살이 인생"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재일의 상황이 딱 그랬다. 좌타 거포형 타자인 오재일은 최준석과 번갈아 1루를 지키면서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벤치를 지키는 일이 더 많았다. 그러나 올 시즌 그는 55경기에 출장해 3홈런 포함 35안타 28타점 타율 2할9푼9리로 제 몫을 다했다. 대타 타율은 4할2푼9리에 달했다.

지난해 7월 이성열(넥센)과 트레이드돼 두산에 왔을 때 '이름값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아야 했던 오재일이었다. 아직 뭔가 보여준 것이 없는 오재일은 자신의 알을 깨고 나와야 했다. 그래서 그는 '하루살이'라고 자신을 명명하고 더 열심히 훈련했다.
그러던 그가 기어코 사고를 쳤다. 오재일은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팀이 3-1로 앞선 8회말 봉중근을 상대로 중견수 키를 넘기는 3루타를 때렸다. 전력 질주한 오재일은 중견수가 공을 더듬는 사이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했다. 그의 프로 인생 첫 3루타는 팀의 쐐기점을 만들었다.
트레이드의 결과는 많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당시에는 많은 비난을 들었던 트레이드였지만 시련은 오재일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두산에서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오재일이 득점 후 기뻐하는 모습은 그의 '하루살이 인생'에 대한 야구의 보답인 듯 했다.
한편 오재일이 "하루살이"라고 답했을 때 지나가던 외야수 정수빈(23)은 "나는 '6시간 살이'예요"라고 말했다. 야구장 도착해서 야구 끝날 때까지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는 뜻. 그러나 정수빈은 시리즈에서 선발 출장, 대수비, 대타를 가리지 않으며 공수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선수들의 활약은 그런 마음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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