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읽는다고? 원작이 있는 온라인 게임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3.10.21 09: 20

천고마비의 계절, 식욕이 왕성해지는 계절, 농민들이 추수의 기쁨을 나누는 계절. 모두 가을을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독서의 계절’ 역시 가을을 이르는 대표적인 말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이곳 저곳에서 책을 꺼내들고 한껏 문학에 취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여기, 가을을 맞아 게임을 잠시 놓고 책을 읽어보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책도 좋지만, 평소 자신이 즐기는 게임의 원작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블레이드 앤 소울’이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처럼 게임 자체가 원작인 게임들도 있지만, 유명 소설이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게임들도 있다. 어떤 게임들은 기획부터 유명 작가를 기용해 게임을 구성하는 세계관, 스토리 등을 짜기도 한다.
엠게임의 코믹무협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열혈강호 시리즈'는 동명의 원작 만화 ‘열혈강호’를 원작으로 하는 온라인게임이다. 원작 ‘열혈강호’는 전극진, 양재현 작가가 함께 20년 가까이 연재하고 있는 무협만화로 현재 한국에서 단행본이 발매된 만화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만화이다.

원작을 배경으로 한 첫 온라인게임인 '열혈강호 온라인'은 원작을 베이스로 제작된 MMORPG로 원작의 인물이나 이야기가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지역이나 몬스터, NPC들의 이름과 분위기에서 원작을 느낄 수 있다. 당대의 무협게임과는 달리 ‘코믹무협’을 표방하고 밝고 화려한 만화 풍의 그래픽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중국과 대만, 태국 등지의 아시아 시장에 수출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후속작인 '열혈강호2'는 단순히 배경뿐 아니라 캐릭터, 스토리까지 원작을 계승했다. 원작 만화의 30년 후를 배경으로 진행되며, 한비광과 담화린 등 원작의 유명 등장인물들 외에 한비광과 담화린의 아들인 한무진, 딸인 한세연을 비롯한 새로운 등장인물들도 등장한다. 또한 게임 에서도 원작의 유명 무공들을 직접 사용할 수 있어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올 여름 시작된 ‘2막 혼돈의 무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스토리를 전개해나가고 있다.
‘열혈강호2’를 즐겁게 즐기는 유저라면 간만에 원작을 꺼내보는 것은 어떨까? 원작을 읽어보며 원작과 30년 후의 게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상해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
‘세월의 돌’, ‘룬의 아이들’로 유명한 한국의 대표적인 판타지 소설 작가인 전민희 작가는 유난히도 게임과 관련이 깊다.
먼저 ‘룬의 아이들’을 원작으로 한 넥슨의 MMORPG ‘테일즈위버’가 있다. 테일즈위버의 등장 인물들은 온라인 채팅프로그램 4LEAF(포립)의 캐릭터들로 전민희 작가가 기획한 캐릭터들이다. 이후 테일즈위버는 소설 ‘룬의 아이들’의 인지도와 4LEAF의 컬트적인 인기를 기반으로 유명세를 탔으며, 서비스 첫 날부터 ‘룬의 아이들’ 1부의 주인공인 ‘보리스’ 캐릭터로 가득차기도 했다.
그 동안은 전민희 작가의 감수 하에 게임만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전개해 나갔지만, 7년 만에 공개된 세 번째 에피소드는 원작 룬의 아이들 2부 이후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전민희 작가가 세 번째 에피소드의 기획부터 함께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그녀의 팬들에게도 큰 화제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접속자가 크게 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인터뷰를 통해 게임과 관련해 2부와 앞으로 집필될 3부 사이의 이야기를 집필할 것을 밝혀 더욱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 MMORPG에선 보기 힘든 높은 자유로 유명한 엑스엘게임즈의 MMORPG ‘아키에이지’ 역시 전민희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엑스엘게임즈는 게임 개발 초창기부터 전민희 작가가 스토리를 담당한다고 밝혀 주목받았으며, 2011년 7월 22일 ‘전나무와 매’를 시작으로 ‘상속자들’을 출간하며 아키에이지에 대한 유저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켜주었다. 여담이지만 본래 ‘Project X’라는 이름으로 기획되어 있던 세계관을 엑스엘게임즈의 의뢰로 아키에이지의 세계관이 되었다고 한다.
아키에이지는 2000년에 걸쳐 이어지는 거대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만큼 게임 내의 세계관도 그만큼 방대하다. 다양한 지역들에 원작의 이야기가 살아 숨쉬고 있으며, 캐릭터들도 이런 세계관과 하나가 되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게임의 높은 자유도를 살려 자신이 하고싶은 대로 드넓은 세계관을 모험하는 것도 좋지만, 원작을 생각하며 2000년 전 ‘최초의 원정대’의 뒤를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리니지’나 ‘바람의 나라’, ‘라그나로크 온라인’ 등도 원작이 있는 온라인게임이며, 콘솔이나 PC게임들에는 더욱 많다. 거기에 인디게임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요즘에는 자신이 감명깊게 읽은 원작을 게임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어 게임을 통해 좋은 작품을 만날 기회도 많아졌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한다. 현대인의 독서량이 점점 줄어드는 요즘, 게임을 통해서라도 독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scrappe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