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외국인 선수 확대와 한화 구단의 자존심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3.10.21 13: 42

2014년부터 한국 프로야구 구단별 외국인선수가 한 명씩 늘어나게 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0월 8일 이사회를 열고 외국인선수 확대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 그에 따라 기존 팀은 2명에서 3명(출장은 2명 그대로) 보유로, NC 다이노스와 KT 위즈 두 신생팀은 4명 보유, 3명 출장으로 바뀌게 됐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 선수 3명 가운데 야수를 한 명 이상 뽑아야하는 단서를 달았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도 이 같은 KBO 안에 동의한 상태여서 내년 시즌에는 외국인 타자들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게 될 듯하다. 
그와 관련,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이사회에서 외국인 선수수를 구단별로 한 명씩 늘리는 것에 합의를 했다. 다만 시행세칙은 앞으로 단장회의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총장은  “야수를 한 명 이상 외국인 선수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판에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것은 지난 1989년부터.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도 없지 않았으나 대체로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 프로야구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데 일정 부분 기여해왔다는 점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확대는 그 동안 선수협이 강하게 반대, 두 명으로 묶여 있었다. 그러나 제9, 10구단이 생기면서 선수수급에 애로가 생긴데다 토종 마운드의 약화 등 리그의 질적 저하로 인해 외국인 선수 확대론이 힘을 얻어 마침내 한 명씩 늘리게 된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1999년 정민태(당시 현대 유니콘스) 이후 단 한차례도 20승대 토종 투수를 배출하지 못했고, 올해는 토종, 외국인투수 통틀어 15승 고지를 넘어선 투수도 없었다. 게다가 타격부문에서도 박병호(넥센 히어로즈)가 유일하게 30홈런 고지(37홈런)에 올라섰을 뿐이어서 투, 타 양면에 걸쳐 리그의 수준이 낮아졌다는 비판이 비등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올 시즌에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 스왈로즈)이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홈런(55호)은 물론 아시아 최다홈런(이승엽 56호)도 뛰어넘어 60홈런을 기록하는 등 외국인 타자들의 활약이 리그에 큰 활기를 불어넣었다.
구단별로 외국인 선수 보유가 무제한인 일본은 1군 등록 4명에 4명 모두 출장이 가능(4명 모두 투수, 야수 동일 포지션은 안 됨)한데, 투수 쪽보다는 타자들의 성적이 뛰어났다. 올해 센트럴리그의 경우 블랑코(DeNA)가 타격, 타점 2관왕, 발렌틴이 홈런, 출루율, 장타율 3관왕에 올랐고, 타격 5위 안에 4명이나 들었다.
퍼시픽리그에도 이대호(타격 9위)를 비롯해 타격 20위 안에 외국인 타자가 5명이 이름을 올렸다. 
리그 활성화를 위해선 수준급 외국인 타자들의 도입 필요성을 절감한 KBO가 야구 한 명을 반드시 외국인선수 엔트리에 포함시키도록 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예전 타이론 우즈(OB)나 펠릭스 호세(롯데) 같은 강력한 타자들이 팬들의 굄을 많이 받았고, 구단도 좋은 성적을 냈다. 더욱이 현대 유니콘스처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던 1998년에는 쿨바, 2000년에는 퀸란(MVP), 2004년에는 브룸바(수위타자) 같은 뛰어난 외국인 타자들 덕분에 정상에 올랐던 경우도 있다. 
 
이번 외국인 선수 확대와 관련, 일각에서는 ‘한화 이글스가 신생팀에 비해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동정어린 목소리가 일었다. 9, 10구단이 잇달아 창단되는 바람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선수를 놓치고 외국인선수도 신생팀이 기존 팀보다 한 명 더 보유, 출장하는 것이 한화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그렇지만 한화 구단은 그 점에서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정승진 한화구단 사장은 “처음에 약속한 룰대로 간다. 비록 올해 NC보다 성적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주어진 룰대로 우리는 정정당당하게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즉 기존 구단들이 신생팀에 외국인 선수를 한 명씩 더 보유할 수 있도록 약속 한 것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신생팀과 같이 외국인 선수 확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원칙대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우리가 용병을 한 명 더 받는다는 것은 객관적인 명분이 없다. 성적이 나쁘다는 것 하나밖에. 우리는 정정당당, 그 정신에서 룰대로 간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또  “우리는 내년에 성적을 거둘 것이다. 그렇게 안 하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다, 그 게 진정한 스포츠가 아니겠느냐”면서 “앓는 소리는 하지 말자, 앓느니 차라리 죽자는 게 이글스의 충정이다. 용병을 한 명 더 써서 이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야 어쨌든 내년 시즌부터 구단들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미 10년 전부터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이 급등, 쓸 만한 선수들은 100만 달러를 훌쩍 넘어서 근년에는 200만 달러짜리 선수도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KBO 야구규약 ‘외국인선수 고용규정’ 제8조 참가활동보수에 따르면 ‘외국인선수의 연간 참가활동 보수는 30만 불(옵션 포함, 복리 후생비 제외)을 초과할 수 없고, 연봉 인상률은 25%’로 못 박아 놓았다. 하지만 실제로 그 규정이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한마디로 구단들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몸값 현실화가 쉽지 않은 까닭이 있다.
정금조 KBO 운영팀장은 “그 점에 대해 구단 관계자들과 터놓고 얘기해본 적이 있는데 외국인 선수 몸값의 기준선을 현실화 시켜 이를테면 50만 달러로 할 경우 그네들이 그 기준선에서 더욱 많은 돈을 바랄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현행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구단들의 공통된 애로점”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선수의 확대는 국내선수들의 경쟁심을 유발, 촉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아마추어 선수들의 진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몸값을 앙등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KBO가 아마 선수 육성,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대한야구협회와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본처럼 몸값이 상대적으로 싼 중남미계 선수들을 데려와 2군에서 단기 육성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외국인선수 보유를 확대하더라도 여전히 출장 선수 수는 두 명으로 제한하긴 하지만, 우리 프로야구 판에 지형의 변화를 불러올 것은 분명하다.
/OSEN 선임기자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활약했던 두산의 외국인 투수 헨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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