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지난 6월 5일까지만해도 6위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10월 5일 정규시즌 마지막 날까지 기적과 같은 돌풍을 일으키며 리그 2위를 차지해 11년만에 ‘가을 야구’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리그 4위 두산과 플레이오프 4차례 대결에서 수비 실책과 폭투, 패스트볼, 주루사를 연발하며 1승3패로 허망하게 고배를 마셨습니다.
뜻밖의 에러가 많아 선수들이나 팬들의 허망함이 가중됐습니다.

초유의 3년 연속 리그 1위를 마크하고 3연패를 노리는 삼성과 리그 4위팀으로 최초로 시리즈 우승을 겨냥하는 두산의 한국시리즈 대결 역시 에러를 줄이는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도 낮에는 더운 기운이 남아 있는 요즘 날씨이지만 10월 24일부터는 한층 기온이 떨어져 수비하기가 어려우니 대비가 필요합니다.
단기전에서 실책은 회복하기 힘든 좌절을 부릅니다.
LG는 이번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개, 3차전에서 4개, 4차전에서 2개 등 모두 8개의 에러를 저질러 자멸했습니다. 두산은 2개.
이 같은 실책 외에도 견제사가 1개, 주루사가 5개, 폭투가 4개가 있었고 사인 미스 등이 속출했습니다.
특히 4차전 0-1로 뒤지고 있던 4회초 두산 유희관이 흔들려 볼넷을 연발해 무사 1. 2루의 기회를 잡고 타석에는 이병규(7번)가 나섰습니다.
여기서 이병규는 뜻밖에 번트를 댔고, 유희관은 이를 잡아 3루에 던져 2루주자 이진영을 잡아 LG에게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잘 때리고 있는 이병규가 번트를 댄 것이 자발적인지, 감독 지시인지 모르겠으나 지나치게소극적이었고 이 번트타구에 이진영이 늦게 뛰어가다가 잡힌 느낌이 들어 사인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듯합니다.
무너질 것 같았던 유희관은 여기서 살아나 7이닝 1실점, 5-1 승리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습니다.
# 두산은 지난 2009년 플레이오프 SK와 대결에서 1, 2차전을 먼저 이겨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두었다가 3차전 1-1에서 연장 10회초 1사 1루 때 박재상의 외야 플라이를 우익수 정수빈이 순간적으로 놓쳐 결국 1-3으로 패했습니다.
충분히 잡을만한 타구였으나 잠실구장 조명에 타구가 들어가 시야에서 사라진 것인데 여기서 승부가 갈리면서 두산은 4, 5차전도 내줘 허망하게 탈락했습니다.
# 위의 플레이오프에 앞서 열린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롯데가 뼈아픈 실책을 잇따라 범해 두산에게 패했습니다.
롯데 김주찬은 3차전 2회 좌선상 2루타가 된 민병헌의 타구를 흘리는 통에 1루 주자 이원석이 홈까지 파고들었고, 흔들린 롯데 선발 송승준은 희생번트를 더듬었으며 이어 김동주에게 만루홈런까지 맞는 등 2회만 6실점하고 강판했습니다.
김주찬은 1, 2차전에서도 각각 송구와 포구 실책을 범한 바 있습니다.
4차전은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뼈아팠습니다.
2회말 이대호의 선제 솔로홈런으로 1-0으로 앞선 롯데는 3회초 배장호의 제구가 갑자기 흔들렸습니다. 선두타자 용덕한을 볼넷으로 내보낸 배장호는 이종욱에게 중견수 쪽 타구를 맞았습니다.
중견수 김주찬이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그대로 잡히는가 싶었지만 뒤늦게 스타트를 끊은 김주찬의 머리 위를 넘어갔습니다.
중계 플레이 도중 유격수 박기혁까지 공을 흘려 1루 주자가 홈을 밟았습니다.
이어진 2사만루에서는 2루수 조성환이 민병헌의 평범한 땅볼을 더듬다 놓쳐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무려 7실점, 두산이 9-5로 이기고 3승1패로 올라갔습니다.
# 한국시리즈에서는 2000년 6차전에서 이 해 타격왕 박종호가 연달아 실책을 범한 게 생각납니다.
현대가 두산에 3승2패로 우세하던 6차전 유니콘스의 2루수 박종호는 3-3 동점이던 9회초 1사 1루에서 심정수의 땅볼을 병살타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불규칙 바운드 때문인지 글러브를 스치며 놓쳤고 계속된 1사 1, 2루에서 병살타성 타구를 잡은 윺격수 박진만으로부터 넘겨 받은 공을 1루에 악송구, 4-5 결승점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현대는 7차전에서 두산을 6-2로 꺾고 두번째 우승을 안았습니다.
정규시즌 삼성과 두산의 팀 성적을 참고로 하면 양팀 맞대결 성적은 라이온즈가 9승7패로 우세했습니다.
실책은 두산(61개)이 가장 적었고 삼성이 3위(76개)로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두산은 투수력에서 삼성에 현저하게(팀 평균자책점 3.98-4.57) 뒤졌는데 가장 좋았던 도루 부문(172개)을 살려 기동력을 최대한으로 보여주어야 삼성의 마운드를 흔들 수 있을 것입니다.
실책-에러를 줄여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품격 높은 ‘가을 야구’가 전개 됐으면 좋겠습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