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년 전이었다. 전북 현대가 안방에서 다 잡은 트로피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진한 아쉬움을 훌훌 털어내고 앞만 보고 갈 수 있는 이유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는 전북은 지난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FA컵 결승전 포항 스틸러스와 홈경기서 연장 접전을 1-1로 마쳤지만, 승부차기서 3-4로 아쉽게 패배했다. 전북은 통산 FA컵 4회 우승 도전과 2005년 우승 이후 8년 만의 우승 도전 모두를 실패하게 됐다.
안방에서 우승트로피를 놓친 팬들의 아쉬움은 컸다. 최강희 감독과 선수들의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최 감독 역시 "2011년에도 홈에서 결승전(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렀는데 승부차기서 패배했다. 계속 이런 모습을 보여 홈팬들께 죄송하다.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은 감독의 책임"이라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최 감독의 머리 속에 플래시백된 기억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북은 아시아 정상의 문턱을 밟고 있었다. ACL 결승전에서 알 사드(카타르)를 상대로 내내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몰아붙였다. 전주성을 가득 채운 팬들의 응원은 뜨거웠고, 승리의 여신은 전북을 향해 미소짓는 듯 했다. 하지만 결국 전북은 승부차기에서 패해 아시아 제패의 꿈을 접었다.
하지만 이 기억은 쓰라린 아픔만 남기지 않았다. 전북은 그해 ACL 우승이 좌절된 아픔을 딛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최 감독은 ACL 우승 좌절로 인해 공허와 허탈감에 젖은 선수들을 달래고 이끌어 아쉬움을 훌훌 털어냈다. ACL 결승전의 실패는 역으로 선수들이 마음을 다잡고 리그에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번 FA컵 준우승으로 2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비록 우승트로피는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선수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최 감독은 "오늘 같은 집중력이면 K리그 클래식 우승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총력을 다해 K리그 클래식에 집중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도전을 하겠다"고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2년 전 기억은 단순히 쓰라린 패배의 아픔으로 남지 않았다. 오히려 할 수 있다는 전북의 자신감을 든든히 뒷받침해준다. 힘겨운 시즌 막판 일정을 남겨두고 있는 전북이 FA컵 준우승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내고 긍정의 원동력으로 삼아 리그 우승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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