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이 있는 선수도 확실하다. 그러나 선수의 장점을 살려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이 계투진의 파이어볼러 홍상삼(23)의 기를 세워주고자 했다. 이틀 연속 끝내기 홈런의 악몽을 지닌 대구 삼성전. 그러나 장점도 확실한 투수인 만큼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공을 던져주길 바란다는 믿음의 표현이다.
김 감독은 22일 잠실구장서 자율훈련을 치르던 도중 ‘대구 두바이(두 경기 연속 굿바이 홈런)’ 사건의 희생양이 되었던 홍상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홍상삼은 지난 6월 7일~8일 대구 삼성전서 이틀 연속 끝내기 홈런을 내주고 말았다. 7일에는 9회말 채태인에게 끝내기 중월 홈런, 8일에는 연장 10회 1사에서 박한이에게 끝내기포를 허용했다.

지난해 22홀드(3위)를 올리며 선발 유망주에서 일약 계투진 승리카드로 우뚝 섰던 홍상삼. 올 시즌 마무리로 기대를 모았으나 발등 골절상 여파 등으로 인해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하고 55경기 5승4패5세이브9홀드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했다. 얼핏 나빠보이지 않는 성적이지만 승계주자 실점률이 50%에 육박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고의 볼넷 때 백네트로 공을 던지는 어이없는 폭투 등을 범하기도 했던 홍상삼은 LG와의 플레이오프서는 2경기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50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야기된 계투난이 확실히 가시지 않았던 가운데 홍상삼이 LG를 상대로 호투를 펼친 덕택에 두산은 5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되었다.
삼성을 상대로 홍상삼은 7경기 1승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9로 표면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두 경기 연속 끝내기포 허용은 꽤 내상이 깊을 법도 한 일이다. 김 감독에게 그 부분에서 큰 문제가 없을 지에 대해 묻자 김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위축되는 감이 없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홍상삼은 규정지을 수 없는 투수입니다. 고의 볼넷 지시 때 뒤쪽 그물로 공을 던질 지 누가 알았습니까. LG도 홍상삼의 연이은 난조를 기대했을 텐데 그것을 이겨내고 잘 던졌고”.
2008년 두산에서 데뷔한 뒤 첫 해 팔꿈치 수술과 재활 여파로 2군에 있던 홍상삼은 당시 팀 관계자들의 속을 무던히도 썩였던 문제아 중 한 명이었다. 멘탈이 불안정하다는 평을 받으며 심리 카운슬링까지 받았을 정도. 김 감독은 그 당시 2군 코칭스태프로 재직하며 홍상삼을 다잡으려 노력하고 또 애썼던 인물이다. 그리고 부임 이후 2년 간 홍상삼을 계투진의 중추로 중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제외하고는 홍상삼의 계투 전략은 대성공했다.
“제 스스로 상삼이의 심리 등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상삼이는 약점도 있으나 그보다 더욱 값진 장점을 살려야 합니다. 대구에서의 아픈 기억은 스스로 이겨낼 겁니다”. 계투진에서 150km 이상을 손쉽게 던질 수 있는 파이어볼러가 홍상삼 뿐인 상황인 만큼 감독은 그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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