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여신 정이’ 산으로 가는 전개와 부진한 시청률에도 문근영과 이상윤의 열연은 마지막까지 빛났다. 문근영의 애절한 오열 연기는 여전히 돋보였고, 이상윤의 애틋한 사랑 연기는 여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22일 오후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극본 권순규 이서윤, 연출 박성수 정대윤) 마지막 회에서는 유정(문근영 분)과 광해(이상윤 분)가 서로를 향한 연심을 확인하는 애틋한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위험을 무릅쓰고 광해를 만나러 간 유정. 광해는 “전장으로 떠날 때마다 다짐하였다. 너를 다시 만나기 위해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너를 지켜내기 위해 반드시 이겨내겠다”라고 고백하며 자신의 곁에 남아 힘이 되어 달라고 고백했다.

이에 유정은 “저도 남아있고 싶습니다. 저 또한 세자 저하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라며 “세자 저하를 처음 뵈었을 때 달리지도 않은 제 심장이 뛰었습니다. 다시 세자저하를 뵈었을 때 정이라고 불러주셨을 때, 제게 도망치자 하셨을 때, 저를 보고 웃으실 때. 화내실 때. 한 순간도 심장이 뛰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고 자신의 연심을 고백했다.
드디어 두 사람의 마음이 통한 순간이었지만, 정이는 분원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분원행을 택했다. 특히 그는 “저하께서 선물해주신 공방에서 그릇을 빚으며 기다리고 있겠다”며 광해와 헤어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조선시대 최초의 여성 사기장인 백파선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다룬다는 기획의도로 시작된 ‘불의여신 정신’. 유정은 온갖 방해에도 여성 최초 사기장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문근영은 이번 작품에서 여성 사기장이 되는 야무진 모습을 연기했다. 그러면서도 뒤늦게 밝혀진 출생의 비밀 때문에 고뇌하고 오열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녀가 꿈을 이룰 수 있는 데는 광해(이상윤 분)의 조력이 컸다. 광해는 왕자의 신분에도 유정을 향한 연심을 숨김없이 고백하는가 하면, 유정의 행보를 지켜보며 묵묵히 응원하는 순애보 모습을 보여줬다.
이상윤은 궐내 암투에 차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면서도, 문근영을 향해서는 따뜻한 눈빛과 미소를 보내며 사랑에 빠진 남자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이런 이상윤의 안정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한 순애보 캐릭터는 여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사실 이 드라마는 중반 이후 기획의도를 잃어버리고 진부하고 뻔한 전개로 인해 시청률이 급락하는 아쉬운 행보를 보였다. 특히 역사와 달리 김태도(김범 분)가 갑자기 사망하는 모습은 극의 완성도와 설득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그러나 작품 완성도에 아쉬움이 가득한 가운데도 문근영과 이상윤은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박수 받기에 충분했다.
한편 오늘(22일) 32회를 끝으로 종영하는 '불의 여신 정이' 후속으로는 대원제국이라는 대제국 제패를 위한 고려 여인의 사랑과 투쟁을 다룬 드라마 ‘기왕후’가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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