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포스트시즌 같은 경기서 파워히터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LG 김기태 감독은 지난 20일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된 플레이오프 4차전을 마친 후 팀에 부족한 점을 짚었다. 공식석상에선 좀처럼 팀의 단점을 말하지 않는 김 감독이지만, 이날은 마치 스스로에게 과제를 제시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김 감독은 플레이오프 시리즈를 하루 앞두고 “두 자릿수 홈런을 친 타자가 없음에도 2위를 차지했다. 어떻게 보면 신기한 일이다”고 멋쩍게 웃었었다. 참고로 김 감독은 현역시절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좌타자 홈런왕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지난 10년의 아픔을 극복했기에 2013시즌의 LG 트윈스는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선 부족함 또한 여실히 느껴야했다. 수비와 한 방의 부재로 좀처럼 LG는 경기 흐름을 잡아가지 못했다. 수비의 경우 경험부족이 원인이라 할 수 있지만, 한 방이 터지지 않는 것은 정규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LG는 페넌트레이스 128경기 동안 팀 홈런 59개를 기록, 9개 팀 중 홈런 부문 8위에 자리했다.

다행인 점은 LG가 당장 오는 스토브리그에서 파워히터를 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0월 8일 이사회를 열고 외국인선수 확대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 그에 따라 기존 팀은 2명에서 3명(출장은 2명 그대로) 보유로, NC 다이노스와 KT 위즈 두 신생팀은 4명 보유, 3명 출장으로 바뀌게 됐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 선수 3명 가운데 야수를 한 명 이상 뽑아야하는 단서도 달았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도 이 같은 KBO 안에 동의한 상태여서 내년 시즌에는 외국인 타자들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게 될 듯하다.
어떠한 외국인 타자를 데려올지는 알 수 없지만, LG에 있어 최고의 타이밍이라 할 수 있다. 20홈런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타자가 LG 중심 타선에 자리 잡고 있다면, LG 타선은 리그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LG는 올 시즌 정의윤이 맹타를 휘두르며 4번 타선에 자리할 때 가장 높은 생산력을 보였다. 당시 LG는 정의윤이 4번 타자로 적시타를 날리자 아킬레스건이었던 2번 타순에 안심하고 이진영을 넣었다. 10번 연속 위닝시리즈 또한 이시기에 나왔다.
LG는 10년의 암흑기 동안 대체로 수준급 외국인선수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었다. 그러나 2008시즌 도중 리그 최정상급 4번 타자를 영입, 2009시즌 막강한 중심타선을 꾸린 바 있다. 2008년 5월 12일 LG는 기존 외국인투수인 제이미 브라운을 내보내고 당시 만 37세였던 로베르토 페타지니(43)를 데려왔다. 일본프로야구 홈런왕 출신의 페타지니는 빠르게 리그에 적응했고, 한국프로야구 2년차였던 2009시즌에는 타율 3할3푼2리 26홈런 100타점으로 괴력을 과시했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홈런 타점 등 타격 주요부문에서 모두 10위 안에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2008년 5월 당시 페타지니가 차선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당시 LG서 외국인 스카우트를 담당했던 넥센 염경엽 감독은 “원래 원했던 것은 투수였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투수가 없어서 타자를 찾았다. 그래서 영입한 게 페타지니다”고 밝혔다. 좌타자 페타지니는 나이로 인해 1루 수비서 다소 불안한 모습도 노출했으나, 타선에서 뿜어내는 생산력 하나 만으로도 팀에 커다란 공헌을 했었다.
만일 2014시즌 LG에 제2의 페타지니가 있다면 2013시즌 10연속 위닝시리즈 당시의 막강 타선을 만들 수 있다. 페타지니보다 파괴력은 떨어지지만, 강견의 외야수 덕 클락과 카림 가르시아 같은 유형의 외국인선수도 안성맞춤이다.
2008시즌 한화 유니폼을 입고 한국프로야구에 데뷔한 클락은 데뷔해 타율 2할4푼6리 22홈런 25도루 79타점 96득점을 기록했다. 시즌 중반 무릎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더 높은 타율은 물론, 30-30까지도 가능한 페이스였다. 실제로 클락은 2009시즌 히어로즈(넥센)로 이적해 타율 2할9푼 24홈런 23도루 90타점 85득점으로 한국프로야구 첫 해보다 정교한 타격을 뽐냈다. 클락은 중견수 수비에 있어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강견이 필요한 LG에 오아이스가 될 수 있다. 2008시즌부터 2011시즌까지 한국에서 4년을 보낸 가르시아 또한 외야 수비 범위는 좁지만 강견에 장타력이 있어 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가르시아는 한국프로야구 첫 해인 2008년 홈런 30개를 기록했고, 4년 평균 홈런 약 25개로 꾸준히 한 방을 날렸다.
외국인선수에게 있어 LG는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을 연고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 서울시내 외국인 커뮤니티도 활성화되어 있고 음식 또한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섭취할 수 있다. 한국생활 3년차인 레다메스 리즈는 포스트시즌 기간 중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 숙소 생활에 대해 “내가 가본 호텔 중 최고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로 이렇게 좋은 호텔은 가보지 못한 것 같다”며 “무엇보다 코엑스가 이어져 있어서 좋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 연결되어 있다”고 만족감을 전한 바 있다. 실제로 코엑스는 대부분의 외국인선수들이 즐겨 찾는 장소다.
LG의 다음 목표는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이다. 김기태 감독은 20일 패배 후 곧장 팀에 좋은 마무리캠프 장소를 섭외해달라고 부탁, 여독을 풀기도 전에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선수 영입에 성공한다면, 2014시즌의 LG는 2013시즌보다 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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