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에서 갓 은퇴한 선수를 곧바로 2군 감독에 앉히는 파격적인 선택을 단행했다. 그 외에도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팀 코칭스태프의 요직에 전면 배치됐다. 미래를 내다본 SK의 밑그림 그리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SK는 22일 구단 공식 발표를 통해 현역 은퇴를 결정한 박경완(41)을 퓨처스팀(2군) 감독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지난 1991년 쌍방울에서 프로에 데뷔한 박경완은 지난해까지 프로통산 2043경기에 뛰며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314개의 홈런, 995개의 타점은 모두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만한 대기록이다.
그러나 최근 3년간 부상에 시달리며 많은 경기에 뛰지 못했고 결국 아쉬운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박경완은 현역 연장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었지만 고심 끝에 구단에 먼저 은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은퇴와 함께 지도자로서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는다. SK는 은퇴를 결정한 박경완에게 2군 감독을 제의했고 박경완도 이를 수락했다. 코치 연수를 떠나기 보다는 현장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낫다는 게 박경완의 생각이었다.

박경완 신임 2군 감독은 “젊은 선수들하고 잘 융화해서 잘 이끌어가고 싶은 생각이다. SK의 미래전력을 형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할 것”이라면서 “내가 23년간 쌓은 노하우를 진정성있게 선수들에게 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에 대해 야구계에서는 SK의 파격적인 선택에 다소간 놀라는 가운데 SK의 코칭스태프 개편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차기 감독감으로 뽑히는 두 프랜차이즈 스타가 전면에 배치된 것을 예사롭지 않게 보는 분위기다.
SK는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만수 감독을 재신임했다. 일각에서는 교체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SK는 팀 사령탑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 외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눈에 띄고 있다. SK는 이미 올해 퓨처스팀 타격코치를 역임했던 김경기 코치를 1군 타격 코치로 승격시켰다. 김경기 코치는 ‘미스터 인천’으로 불리는 팀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다. 한편 조웅천 김원형 코치가 내년 1군 마운드를 책임진다. 역시 SK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들이다.
이만수 감독의 계약기간은 내년까지다. 내년 성적에 따라 재계약 여부가 결정된다. 포스트시즌 진출 이상의 성적, 즉 한국시리즈 진출로 올해의 부진한 성적을 만회하지 못한다면 SK가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만수 감독의 재계약이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SK가 김경기-박경완이라는 차기 지도자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두 지도자 모두 팬들과 선수들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이들이라는 점도 그 가능성의 무게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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