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제작소] 용감한형제 "대중음악은, 공깃밥이다"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10.23 08: 58

하루에도 수십개씩 쏟아지는 가요 보도자료에서 아주 자주 보게 되는 문구가 있다. 바로 '신곡을 용감한 형제가 작곡했다'는 것이다. 다른 설명 없이 이 문구 하나로, 신곡이 상당한 대중성을 갖고 있을 것이며, 세련됐지만 쉬운 멜로디로 귀를 사로잡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100%는 아니지만 꽤 높은 확률로 그는 성공한다. 올해에만 그는 씨스타19의 '있다 없으니까'와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로 2연속 홈런을 쳤다.
그래서 그는 가요제작자가 가장 눈독 들이는 프로듀서다. 그렇다보니 올 하반기에만 그의 이름을 달고 나타날 신곡이 무려 18곡에 달한다. 비난하기는 쉽다. 지나친 다작은 무슨 '공장이냐'는 비아냥을 받게 마련이다. 음악을 고품격 예술로 본다면, 그의 행보는 영 미덥지 않을 수 있다. 그는 쿨하게 인정했다. "공장 맞다."
음악을 만드는 데에서 나아가 가요제작자로 나서 '비싼 수업료'를 낸 그는 가요 '업계'를 여전히 배우고 있는 중이다. 이제 겨우 감을 잡고 내년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무수한 노래 앞에 깔린 '브레이브 사운드'를 듣고 '또 용감한 형제야?'라고 생각했다면, 별로 열심히 살 것 같지도 않은데 최고급 자동차를 가진 걸 보고 의아했다면, 이제 그의 속사정에도 주목해보자.

# 하반기 타이틀만 18개..'다작'을 하는 이유
OSEN(이하 O) - 일이 너무 많아서 건강이 많이 안좋아졌다고 들었어요.
용감한형제(이하 B) - 이제 많이 괜찮아졌는데, 한의원은 꾸준히 다니고 있어요. 일이 많이 들어오기도 했고, 올해 하반기가 유독 좀 바쁘네요. 타이틀만 18개 작업을 해야돼요.
O - 18개요? 너무 많지 않아요?
B - 이것도 다 제가 쌓아온 복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일이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그런데 고민도 있긴 하죠. 그래서 서른 몇개에서 줄이고 또 줄인 거예요. 그만큼 음악이 막 쏟아져나온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저도 답답한 거예요. 완성도 있게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일년에 서너곡만 할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그런데, 저도 제작을 해보니까 곡을 빨리 달라는 제작자들의 심정을 모른 척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O - 그렇죠. 사실 다작이라는 게 프로듀서의 욕심이라기보다는 제작자와의 끈끈한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건데, 사람들은 잘 모르죠.
B - 정말 끈끈해요.(웃음) 정말 프로듀서 한명이 잘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들과 끈끈해질 수밖에 없어요. 단순한 프로듀서-제작자가 아니라 형 동생이 되는 거죠. 잘되고 나서 배신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 정서는 정말 그렇지 않아요. 그 분들의 사정을 다 알고, 빨리 해주는 게 맞고 하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고민이죠. 어떻게 보면 행복한 고민이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제 이름을 달고 나가는 곡인데 어느 한 곡 건성으로 쓸 수도 없죠.
O - 손가락 열개가 깨물면 다 아픈거죠?
B - 에이, 솔직히 안아픈 손가락도 있긴 해요. 누구 의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작업을 바꾸거나 하면 아무래도 애착은 떨어져요. 내 의견이 아닌데 따르고 있을 땐 이걸 왜 하고 있지 하는 생각도 해요. 그런데 또 그렇게 해줘야 돼요. 제작자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죠.
O - 터지는 히트곡은 감이 오나요?
B - 정말 잘 될 곡은 뭐가 딱 와요. 뭔진 모르지만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연습한다고 잘되는 것 같아요. 그냥 말도 안되게 번뜩인 아이디어가 바로 곡을 쓰게 만들 때가 있어요. 그 순간이 자주 오라고 간절하게 바라죠.
O - 어떻게 하면 그 감이 자주 오죠?
B - 술을 많이 먹어야죠.(웃음) 혼자만의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얼마나 도움이 될 진 모르겠지만 모든 순간이 다 일하는 거예요. 꼭 건반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아니라, 숨쉬고 길을 걷고 음식을 먹는 것도 음악이죠. 특히 길을 걷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노래가 많이 나와요. 틴탑의 '길을 걷다가'가 그렇게 나왔어요.
O - 보통 창작자들은 초반에 반짝하고, 그 감을 유지하기 어렵다고들 하잖아요. 물이 확 올랐을 때, 그 감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텐데요. 어린 것들이 치고 올라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을 거 같고.
B - 그런 건 없는 거 같아요. 그냥 이렇게 계속 생활하듯이 음악하고 있으면, 사랑을 안받더라도 그냥 내 길이다 그렇게 생각해요. 그냥 즐겁게 하는 편이에요. 다만 힘든 경우가 있긴 하죠. 마지막 믹스하는 과정. 몇백번, 몇천번씩 들어야 하니까 너무 지겨워요. 음원이 나오고 나서는 음질이 잘 빠졌나 딱 한번 들어보고 다신 안들어요.
# 프로듀서가 음반 제작에 뛰어든다는 것
O - 가장 힘든 작업은 뭐였을까요.
B - 아무래도 빅스타가 많이 힘들었어요. 그게 너무 짜증나는 거죠. '있다 없으니까' 같은 곡은 쉽게 나왔죠. 확신이 있었고. 씨스타 쪽에서 '여기 조금 손봐주세요' 해도 그건 안된다는 고집도 있었고. 그런데 정작 제가 제작하는 빅스타는 고민을 계속 하는 거예요. 음악은 고민을 한다고 좋아지는 게 아닌데, 생각이 많아지는 거죠. 노래 만들어놓고도 안무 때문에 음악에 또 손을 대고, 또 힘을 주고. 나중에 들어보면 정작 제일 처음 만든 버전이 제일 좋아요. 어렵죠.
O - 제작을 하고보니, 이 업계가 또 달라보이지 않아요?
B - 완전 다르죠.(웃음) 전 되게 좋은 음악을 만들면 음악이 알아서 소비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바뀌었죠. 좋은 상품 있으면 그걸 소비자한테 홍보를 해야 하는데, 그게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이제 방송국에도 들어가보고, 매니저들이 일하는 데 같이 있어 보기도 하고 했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매니지먼트 하는 형들을 쉽게 보지 않게 됐어요. 그들이 어떻게 돈을 투자하고, 잠도 못자고 뛰어다니는지를 알게 되니까. 컴퓨터 뒤져서 남는 곡을 드리지 못하는 거죠.
O - 차트는 자주 보세요?
B - 병이에요. 병. 사람 잡죠. 너무 웃긴 게, 요즘에는 추천은 잘 되고 있는지 등이 궁금해서 15분에 한번씩 들여다볼 때도 있어요. 어쩔 수 없나봐요. 특히 우리 소속 가수들의 경우에는 한 3일은 잠을 못자요.
O - 직접 제작하는 건 아무래도 좀 다르죠?
B - 다른 가수에게 주는 건 확신이 되곤 하는데 우리 애들 꺼는 과연 이게 맞을까 과연 고민하게 돼요. 안무, 의상 보면 또 음악을 바꾸고 싶고, 힘이 들어가고, 뭔가 역사를 쓰려 하고.(웃음) 잘못된 걸 알면서도 자꾸 유치해져요. 우리 애들이 성공하려면 제가 제작자로서 힘을 뺴야 돼요. 알면서도 참. 빨리 바꿔야죠. 내년이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O - 이제 탄력 받을 일만 남았네요.
B - 그렇죠. 시행착오도 진짜 많이 했고요. 차근 차근 나아가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브레이브사운드를 만든지 5년인데, 사실 아직 긴 시간이 흐른 건 아니죠.
O - 얼마나 비싼 수업료를 내셨을까요.(웃음)
B - 어마어마했죠. 많이 까먹었어요.
O - 그래서 우려의 시선도 있어요. 너무 출혈이 많은 거 아닌가 하는.
B - 많죠. 때로는 그런 말이 어떻게 들리냐면, '넌 안될거야'로 들려요. 여기 니가 들어올 데가 아니다, 그런 느낌. 그래서 더 오기가 생기죠. 그래도 큰 형들은 많이 위로해주세요. 몇년 밖에 안됐는데 네가 이뤄놓은 걸 보라고. 이제 겨우 5년이라고. 정말 힘이 많이 돼요.
# 우리, 음악 공장 맞다
O - 정말 끈끈하긴 하죠. 그런데 다작이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일부 의견이 속상하시겠어요.
B - 사실 가까이서 보면 단순히 곡을 파는 게 아닌데. 사실 저랑 작업하고 싶어하는 신생기획사, 되게 많아요. 거기랑 하면 돈 정말 많이 받고, 다 팔 수 있어요. 돈으로만 쳐도 6~7배 더 벌 거예요. 그런데 그런 게 아니거든요. 정말 절반 가량 줄이고 있는 거고, 정말 유대관계 등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거거든요.
O - 하지만 겉으로만 봐서는 '음악을 찍어낸다', '음악 공장 같다'는 표현을 하기 쉽죠.
B - 그런데 공장 맞죠, 뭐.
O - 신선한데요.(웃음)
B - 찍어내는 거 맞죠. 맞아요. 그런 말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사실 맞는 말 하고 있는거거든요.(웃음) 당연히 우리는 음악 만드는 공장이고, 찍어내겠죠. 그런데 쉽게 찍는 게 아니에요. 그 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고민이 많은데요.
O - 사실 우리는 골방에서 콩나물 그리는 거만 예술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너무 번지르르하면 좀, 가벼워보이죠.
B - 하나 하나 다 찾아다니면서 '이거 찍는데 한 달 넘게 걸려요' 라고 말할 순 없으니, 그냥 그 과정만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욕 많이 먹거든요. '5분 안에 만든게 음악이냐' 그러시는데, 그건 정말 5분만에 나온 게 맞아요. 다만 그 5분이 나오기 위해 몇개월을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은 거죠. 음악 작업이라는 게 일상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계속 고민하다가 탁 터지는 게 5분인거죠. 그 5분이 짜릿하고, 그 5분 때문에 미쳐서 음악을 하는 거죠.
O - 브레이브사운드에 들어오겠다는 작곡가 지망생도 많을 것 같아요.
B - 작곡가도 가수처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죠. 앞으로 신인 작곡가를 더 키울 생각이에요. 그런데 가끔 쉽게 생각하고 들어오려는 친구들도 있어요. 작곡가가 돈을 잘 번다고 하고, 저처럼 고등학교도 못 나온 애가 막 하니까 자기는 더 잘할 거라 생각하는 거죠.(웃음) 그런데 진짜 어려운 거거든요. 가끔 농담으로 '저도 작곡하면 안돼요?' 라고 하는 동생들이 있는데, 저한테 꿀밤맞죠.
# '있다 없으니까', 머리카락 한 올에서 시작
O - 딴 얘기지만, 여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사실 유희열이나 성시경이라면 몰라도, 용감한 형제와는 잘 안어울리는 정서가 나올 때도 있는데.(웃음)
B -  (강)호동이 형이 그러셨어요. '우리 같은 부류가 더 여성스럽고 섬세한 게 있을 거다' 라고. 그런데 정말 그런 면이 있긴 해요.
O - 그런 면을 살린다 해도 실제 경험이 중요하잖아요. 실제 경험담 같은 건 다 써먹지 않았어요?
B - 물론 경험은 한정돼 있죠. 그래도 일상에서 불현듯 잘 떠올라요. '있다 없으니까'는 머리카락 한 올에서 출발했어요. 이전 우리 회사 5층에 휴게실이 있었는데, 가끔 어머니가 오셔서 청소도 해주시고 했거든요. 어느 날 보니까 웬 여자 머리카락이 있는 거예요. 어머니 껀지, 놀러온 동생들 껀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그때 '있다 없으니까'가 딱 떠올랐어요. 바로 옆 방에 가서 쓴 곡이 바로 '있다 없으니까'죠.
O - 그럼 사랑에 빠지면 바로 러브송이 나오겠는데요? 가슴 떨리는 순간을 기다리겠어요.
B - 안떨려요.(웃음) 예전에도 잘 안떨렸어요. 처음 여자친구를 만났을 때 말고는. 앞으로도 사랑으로는 아픔이 더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떨림 보다.
O - 하하. 그래야 창작에 더 도움이 되는 군요.
B - 요즘은 술 마신 다음 날이 좋아요. 이미 써놓은 반주도 술 먹은 다음 날 다시 들어보면 완전히 달라요. 공허하고 우울한 기분이 들게 마련이잖아요. 그때 멜로디나 가사가 정말 잘 써져요. 그래서 계속 술을 먹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건강이랑 히트곡이랑 바꾸고 있는 거예요.(웃음) 
# 대중음악, 공깃밥처럼 즐겨주길
O - 그래도 보람이 있잖아요.
B - 음악을 하면서 진짜 꿈이 생기긴 했어요. 주는 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알게 됐거든요. 음악을 멋지게 하고, 돈을 벌면 돈도 멋지게 쓰면서 생을 마감하고 싶어요.
O - 벌써 마감을 생각하시다뇨.(웃음)
B - 진짜, 꼭 이루고 싶은 게 밥차 30대를 사서 그걸로 베풀며 죽을 때까지 멋지게 사는 거예요.
O - 왜 하필 밥차죠?
B - 모르겠어요. 배고팠던 적이 많아서 그런가. TV에서도 조금만 슬픈 프로그램을 보면 많이 울어요. 또 그게 음악에 많이 반영도 되고요. 최대한 베풀며 살고 싶어요.
O - 음악적으로는 꼭 이루고 싶은 것, 포기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을까요.
B - 사실 요즘 음악이 인스턴트라고들 많이 하시는데요. 저는 그래요. 그냥 대중음악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신나면 신나는 대로 따라부르고, 슬플 땐 들으면서 치유도 하고, 일상에서 즐기는 대중음악에 너무 어려운 잣대를 대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공깃밥에 김치찌개 같은 음악으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가끔 어린 친구들 만나면, 자기는 80~90년대 음악만 듣는대요. 그러면 클래스가 달라 보인다는 거예요. 물론 그 당시 노래 좋죠. 그런데, 클래스를 논하는 건 좀..
O - 사실 10년, 20년 전에도 가요에 문제점 많다고 지적이 끊이지 않았었죠?(웃음)
B - 그러니까요. 그냥 그 당시 노래는 그것만으로도 좋잖아요. 공일오비 노래를 들으면 그 때가 떠올라서 행복해지듯이 대중음악이 추억을 담아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요. 10년 후에 '이름이 뭐예요'를 듣고 올해가 떠오를 수 있잖아요. 제가 역사에 길이 남을 명곡을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밥 같은 음악으로 친근하게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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