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이션 순리대로 갔다. 전날(22일) 더스틴 니퍼트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기도 했던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이 니퍼트를 하루 앞당기기보다 노경은을 그래도 1차전 선발로 출격시킨다.
김 감독은 23일 대구시민운동장 내 시민체육관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서 노경은을 선발로 예고했다. 삼성의 1차전 선발은 윤성환이다. 지난해 12승을 올리며 일약 두산의 에이스로 성장한 노경은은 올 시즌에도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는 개근 선발의 모습을 보여주며 30경기 10승10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했다.
지난해 위력적인 모습에 비하면 다소 아쉽기도 했으나 180⅓이닝, 18회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153개의 탈삼진은 9개 구단 전체 국내 선발 투수 가운데 가장 많았다. 노경은은 지난 16일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나서 6이닝 4피안타 2실점의 호투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는 2003년 데뷔 이래 10년 만에 거둔 자신의 첫 가을야구 선발승이다.

로테이션 상으로는 노경은이 나오는 것이 맞지만 노경은의 올 시즌 삼성전 성적은 2경기 2패 평균자책점 4.97로 재미를 못 봤다. 모두 대구 원정경기였다. 지난 시즌에도 노경은은 삼성 상대 5경기 1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4.66으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노경은의 올 시즌 삼성전 피안타율은 2할8푼6리인데 박한이, 김태완, 최형우, 정형식(이상 3할3푼3리), 진갑용(6할6푼7리), 이지영, 배영섭(5할) 등이 강한 면모를 비췄다.
노경은 외에도 두산은 19일 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이던 니퍼트가 나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미 니퍼트는 지난 22일 잠실 자율훈련서 불펜 피칭을 준비했다. 만약 니퍼트가 24일 1차전에 선발로 예고되었다면 4일 휴식 후 등판하는 것. 따라서 이닝 소화 면에서 기대감이 떨어지는 위험이 있으나 니퍼트는 삼성을 상대로 굉장히 강했던 천적이다.
니퍼트는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 3경기서 모두 승리하며 평균자책점 1.89로 호투했다. 지난 시즌에도 니퍼트는 삼성 상대 6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2.03으로 맹위를 떨쳤다. 단기전서 1차전 승리가 주는 기선제압의 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데다 전날 불펜 피칭으로 니퍼트의 1차전 출격 가능성도 있었다.
두산이 선택한 것은 순리다. 김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로테이션 상 노경은이 먼저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1차전 선발로 노경은을 예고한 배경을 밝혔다. 굳이 니퍼트를 하루 앞당겨 썼다가 1차전에서 패배를 당하게 되면 완충작용을 해줄 킬러 한 명을 잃고 유희관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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