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이준이 아니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룹 엠블랙의 이준(25)이 눈을 반짝이면서 말한다. 이준은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고 싶다"라며 연기욕심을 오롯이 드러냈다.
영화 '배우는 배우다'(감독 신연식, 제작 김기덕, 24일 개봉)는 미치도록 뜨고 싶고 맛본 순간 멈출 수 없는 배우 탄생의 뒷이야기를 리얼하게 담아낸 영화. 이준은 연극무대를 전전하며 밑바닥 인생을 살던 단역배우에서 순식간에 톱스타가 된 오영 역을 맡았다.
단연 화제를 모은 것은 극 중 파격적인 이준의 베드신이다. 아이돌 최초로 강도 높은 노출은 물론 파격적인 베드신도 마다하지 않은 이준의 과감한 도전. 부담되지는 않았을까.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걱정했는데, 다행히 연기적인 부분이 문제가 안 돼서 한시름 놨어요. 팬들이 베드신에서 충격을 받을지 안 받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더 좋아질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하하"
하지만 곧 이준은 베드신에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을 이해하면서도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또 영화 자체와 본격적으로 연기에 도전하는 자신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캐릭터에 대한 부담보다는 시나리오를 재밌게 봤어요. 연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부담감은 있었죠. 캐릭터는 전혀 신경 안 쓸 정도로 내용이 좋았어요. '과연 이걸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당연히 했어요. 그런데, 전개가 정말 좋아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쑥쑥 읽어졌어요. 뭔가 짧지만, 인간의 삶과 희로애락을 단시간 안에 표현하는 게 재밌었어요. 쉽게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도 하고, 그런 과정이 있을 법한 일이라 흥미로웠죠."
"영화가 감정선 변화도 많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신이 없었어요. 모든 신에서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매신마다 '와,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어요. 지난 시간 동안 연기쪽에 포커스가 거의 없어서 연습을 잘 못했고 생각만 있었어요. 후회되는 건 정말 힘들더라도 연습시간이 있었어야 한다는 거예요. '닌자 어쌔신'(2009)보다 연기가 늘었다는 걸 보여줬어야 했는데, 세월이 지났으니 내공이 쌓여 잘할 수 있겠거니, 생각을 하고 그냥 똑같이 했어요. 후회돼요."
또 이준은 "영화에서 '정상을 날든 바닥을 기든 배우는 배우다'라고 하는데,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열정이 있으면 최고의 위치가 아니더라도 자기의 신념이 있으면 그 사람은 그거로 충분하다고 해야하나, 훌륭하다고 해야하나,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오영은 완전 망해서 재기할 수 없을 때까지 됐을때도 연기를 못 버려요. 그런 열정을 봤을 때 사람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행복한 삶이라는 메시지가 있는 거 같아요."라고 영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이준은 자신이 그동안 브라운관에서 보여줬던 밝은 이미지 때문에 관객이 극에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을런지 걱정이 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동안 제가 보여드렸던 예능 이미지 때문에 영화에 몰입이 안 될까봐 걱정을 했어요. 제가 관객 입장에 있고 배우를 볼 때, 그 사람에 대해 자세하게 모를 필요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예능을 하면 사생활을 밝히게 되잖아요. 연기를 할 때 좋은것 같지만은 않아서요. 정도껏은 괜찮은데 저는 너무 많이 했잖아요. 당분간 예능 활동을 안할 것 같아요. 이제 더는 에피소드도 없고요."
"흥행은 잘 모르겠어요. 예상을 먼저 하면, 예상보다 안 됐을 때 힘들 것 같아요. 배우로서의 가능성만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관객들에 오디션을 본다고 생각할게요. 저는 잘 안돼도 좋으니 가늘고 길게 연기를 하면서 사는게 목표에요. 결과물을 떠나서, 확 떴다가 지는 것 보다, 있는 듯 없는 듯 길게 가는 게 최후의 승리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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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