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표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실물로 봤는데 저 트로피가 얼마나 무거운 지 들어보고 싶다”.
미디어데이의 스타는 마운드에서도 발군의 활약을 펼치며 깜짝 스타가 되었다. 2013년 가을야구가 한국시리즈만 남은 가운데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뜨겁게 달궜던 두산 베어스 신예 좌완 유희관(27)은 자신의 언행일치를 끝까지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유희관은 23일 대구시민운동장 내 시민체육관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 김진욱 감독, 주장 홍성흔과 함께 선수단 대표로 참석했다. 팬들에게 알려지기 전부터 유희관은 예의를 지키면서도 허를 찌르면서 좌중을 뒤집는 입담으로 야구 관계자들과 미디어에 잘 알려져 있었다.

사실 유희관은 이번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전 다소 몸을 사리고 있었다. “앞선 두 번의 미디어데이에서 계속 공약을 내놓고 그것을 지키려다보니 되게 힘들었다. 이번에는 좀 평이하게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라고 밝힌 유희관이었다. 좋은 비유, 그리고 솔직한 접근법으로 미디어데이에 임했다.
“올라와서 벅차다. 꿈만 같은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삼성 선수단에서 3주 쉬셨다고 했는데 우리도 사흘 동안 충분히 쉬었다. 열심히 해서 꼭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3연패보다 우리의 우승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시즌 중 유희관은 삼성 선수단 맏형 진갑용에게 70km대 초슬로커브를 던졌는데 이 과정에서 진갑용이 언짢은 기색을 비추기도 했다. 유격수 김상수도 유희관의 76km 커브를 타석에서 지켜본 바 있었는데 이슈가 된 것은 진갑용에게 던졌던 초슬로커브다. 진갑용의 언짢은 반응에 유희관도 경기 후 “사과를 드려야 하나”라며 당황했다. 그 유희관에게 초슬로커브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솔직하게 답했다.
“선배를 상대로, 후배를 상대로 던지며 타자를 비하하는 의도로 구사한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살기 위해서 던지는 생존 전략일 뿐이다. 던져야 할 때는 던질 것이다”.
미디어데이를 맺으며 유희관은 “그동안 기적 같은 경기를 했다. 영화도 그렇듯 두산표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처음 봤는데 얼마나 무거운 지 들어보고 싶다”라며 웃었다. 그러자 삼성 에이스 배영수는 “저 트로피는 우리가 들겠다”라며 응수했다. 미디어데이는 훈훈한 분위기에서 끝났고 유희관도 팀원으로서 당연한 이야기들을 내놓았다.
재미있는 것은 앞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서 유희관은 자신이 공언했던 바를 가능한 지켰다는 점.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서 상대 거포 박병호를 막겠다던 유희관은 2차전과 5차전 멋진 호투와 함께 박병호에게 안타를 내주지 않는 공약투를 펼쳤다. 그리고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4차전 선발로 내정된 뒤 감독에게 “피날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밝혔고 4차전 7이닝 1실점 호투로 플레이오프 MVP가 되며 진짜 피날레 기회를 성공시켰다.
이번 미디어데이에서 유희관이 공언한 것은 재미있는 야구를 보여주며 우승하는 것. 그리고 필요한 순간 초슬로커브도 던질 것이라는 것과 한국시리즈 트로피가 얼마나 무거운 지 들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모두 팀의 우승 바람과 맞닿은 공약들이다. 이번 가을 야구를 통해 언행일치의 아이콘이 된 유희관은 한국시리즈서도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바를 모두 행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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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