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 4선승제 시리즈인 만큼 투수 12인 체제가 필요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당시 유일한 아마추어 멤버. 데뷔팀에서는 투구 밸런스 문제 등이 얽히며 한때 135km의 직구도 던지기 힘들었다. 데뷔 1년 반 만의 이적. 그리고 이적 1년 여만에 1군 무대를 밟고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인해 2군으로 내려갔다. 그대로 교육리그에서 시즌을 마치는 듯 했던 투수는 깜짝 발탁되었다. 두산 베어스 3년차 우완 김명성(25)에 대한 팀의 기대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두산은 23일 한국시리즈 27인 엔트리를 발표했다. 여기서 두산은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서 쐐기타를 때려냈던 좌타 내야수 최주환을 빼고 김명성을 투수 엔트리에 합류시켰다. 일단 김진욱 감독은 “5전3선승제였던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와 달리 시리즈가 길어진 만큼 투수 한 명을 더 채웠다”라고 밝혔다. 좌완은 선발 요원 유희관이 유일하다.

장충고-중앙대를 거쳐 2011년 롯데에 1라운드 지명되었던 우완 김명성은 대학 시절 본격적으로 투수로 뛰며 빠른 성장세로 리그 최고 투수가 되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유일한 아마추어 멤버로 합류해 금메달 영광을 함께하며 귀중한 병역 특례 혜택까지 받았다.
그러나 짧은 투수 구력으로 인해 자기 밸런스를 확실히 찾지 못하고 롯데에서는 4경기 1패 평균자책점 9.39의 성적만을 남겼다. 결국 김명성은 지난해 6월 포수 용덕한과의 맞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용덕한은 두산에서 가장 전략이해도가 높고 블로킹 능력을 갖췄던 포수진 맏형. 김명성이 2군에 있는 동안 용덕한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친정팀을 울렸다. 트레이드 첫 해 이득은 롯데가 쏠쏠히 챙겼다.
올 시즌 김명성의 1군 성적은 8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09. 11이닝을 던지며 7개의 사사구를 내줬으나 탈삼진 9개를 기록했다. 특히 롯데 2군에서는 135km도 힘겹게 던지던 김명성이 최고 150km의 빠른 직구를 선보이며 팬들을 설레게 한 것은 눈에 띄었다. 그러나 불펜 훈련 도중 갑작스러운 이두근 통증으로 인해 얼마 지나지 않아 재활군으로 편성되었다.
미야자키 피닉스 교육리그에서 뛰던 김명성은 1무 빼고 전패 중이던 두산 교육리그 선수단에서 좋은 구위로 분투하던 투수. 좋은 보고가 올라왔던 만큼 두산은 김명성을 한국시리즈에서 활용하고자 했다. 22일 라쿠텐과의 경기서 타구에 손을 맞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으나 별다른 무리가 없다는 판단 하에 깜짝 발탁되었다.
가장 유력한 김명성의 활용법은 계투 추격조다. 아직 1군에서 확실히 검증된 부분이 없는 만큼 김명성이 대번에 필승조로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신 평균 140km대 중후반의 직구로 타자를 누를 수 있는 힘은 갖췄다는 판단 하에 의외로 중용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김명성은 올 시즌 삼성전서 단 한 경기(8월22일)에 등판해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바 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라면 김명성이 의외로 좌타자에게 강했다는 것. 올 시즌 김명성은 왼손 타자를 상대로 1할3푼6리의 뛰어난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구사하는 구종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일단 구위로 타자를 누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만큼 추격 중인 상황에서 나서거나 리드 폭이 넓을 때 필승조 투수들의 체력 보완을 위해 나설 수 있다. 연타를 내주는 경우는 있으나 어이없이 볼을 남발하는 스타일은 아닌 만큼 일단 추격조 보직을 맡길 만 하다.
3년 전 삼성과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두산은 교육리그에서 당시 2년차 우완이던 성영훈을 데려와 엔트리에 올렸다. 2009년 신인 최대어였으나 팔꿈치 부상 등으로 인해 중용되지 못했던 성영훈은 플레이오프 3차전 세 경기서 의외로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록 그로 인해 팔꿈치 수술대에 오르기는 했으나 성영훈은 두산이 5차전 최종전까지 갈 수 있던 데 힘을 보탰다. 교육리그에서 깜짝 발탁되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안은 김명성은 3년 전 성영훈의 씩씩한 투구를 재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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