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재택 듀오’, KS 두산 불펜 키워드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0.24 06: 31

디펜딩 챔프에게 올 시즌 강력했던 투수들. 허나 앞선 포스트시즌에서는 그들의 활약이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이제는 그들이 해줘야 할 때. 포스트시즌 개막 후 ‘불펜이 약점’이라며 누누이 지적받았던 언더독 두산 베어스. 필승 계투조인 ‘재택 듀오’ 정재훈(33)과 오현택(28)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2008년 SK와의 한국시리즈(1승4패 준우승) 이후 5년 만에 한국시리즈 초청장을 받은 두산은 우완 김명성을 포함시키며 27인 한국시리즈 엔트리를 발표했다. “7전 4선승제인 만큼 투수 한 명이 더 필요했다”라며 김명성의 엔트리 보강에 대해 밝힌 두산. 여전히 좌완 불펜 요원은 없다. 결국 준플레이오프부터 꾸준히 두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던 계투 요원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이 가운데 올 시즌 두산의 페넌트레이스 항해 속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해냈던.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는 예상보다 출장 표본이 적었던 정재훈과 오현택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은 페넌트레이스에서 삼성을 상대로 가장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고 선발의 바통을 이어받아 경기를 잘 매조져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어깨 부상을 털고 올 시즌 다시 1군 계투로 복귀한 정재훈은 페넌트레이스서 55경기 4승1패14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3.44로 활약했다. 팀이 마무리 공백으로 힘들었을 때 그 뒷문을 지키면서 팀의 상승 도약대를 마련했던 이가 정재훈이다. 신고선수 출신으로 상무에서 기량을 키운 사이드암 오현택은 67경기 5승3패5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2.70으로 활약했다. 전반기 두산에서 가장 고생한 투수 중 한 명을 꼽는다면 바로 오현택이다.
그러나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난조 기미를 비춰 아쉬움을 샀다. 정재훈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서 3경기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는데 1차전 이택근에게 끝내기타를 내주며 스타트부터 아쉬움을 샀다. 이어 LG와의 플레이오프서는 두 경기 1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단순 기록은 좋지만 3차전 9회초 세이브 당시 정성훈과 이병규(9번)에게 연속 안타를 내줬다. 임재철-민병헌의 호송구가 아니었다면 자칫 블론세이브로 역전패 희생양이 될 뻔 했다.
셋업맨과 롱릴리프 겸업이 가능한 오현택의 경우도 좋았을 때보다 기운이 약간 떨어진 상태라 중용되지 못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견제 악송구에 이어 김지수에게 끝내기 안타를 내줘 패전투수로 기록되었다.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단 한 경기서 1아웃만 잡아낸 것이 유일하다. 불펜피칭 시 완전한 상태로 돌아온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중용되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기억을 떠올리기 힘들었던 정재훈과 오현택이지만 이들은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 ‘정말’ 강했다. 그만큼 한국시리즈 개막에 앞서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는 계기와 동기부여 요인은 확실하다. 정재훈은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 7경기 2세이브 평균자책점 1.13으로 강했다. 8이닝 동안 단 하나의 사사구를 내준 안정된 제구력이 돋보였다.
오현택도 삼성을 상대로 강력했다. 오현택의 삼성전 성적은 8경기 1세이브 평균자책점 1.35. 스피드보다 무브먼트를 앞세운 공격적인 투구로 피안타율이 2할에 불과했다. 땅볼 유도 능력도 좋아 집중타를 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역회전되는 공의 구사 능력이 군 입대 전보다 확실히 좋아져 좌타자를 상대로도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삼성을 상대로 강했던 이들의 활약이 중요한 것은 바로 선수 본인들의 자존심 회복, 그리고 팀의 성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정재훈은 준플레이오프 기간 중 아들을 얻었으나 자신의 활약이 팀에 보탬 되지 못했다는 데 대해 낙심해 가장으로서 뿌듯함을 표현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해야 했다. 전반기 맹활약으로 싱글싱글 웃던 오현택도 후반기 슬럼프를 겪으며 마음고생을 했다.
팀 입장에서도 선발진이 구축된 상황에서 믿고 바통을 넘겨줄 만한 선수들을 확보해 놓는 것이 필수다. 정재훈은 포크볼 구사 능력에 있어 아직도 리그에서 굴지에 꼽히는 투수 중 한 명이고 오현택은 역회전되는 구종을 갖추고 있어 좌완 불펜이 없는 두산에서 왼손 계투 전무 현상을 상쇄해야 할 가장 좋은 대체자로 꼽힌다.
미디어데이서 김진욱 감독은 포스트시즌 내내 붙었던 ‘계투 약점’이라는 꼬리표에 대해 “밖에서 그렇게 보고 이야기하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전부터 불펜 요원들이 자신의 역할에 따라 해준 공헌도가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른 것이다”라며 질책 대신 잠시 흔들렸던 선수들을 감쌌다. 정재훈과 오현택의 페넌트레이스 활약이 없었다면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 조차 장담할 수 없던 것이 사실이다. 두산에 반드시 필요한 ‘재택 듀오’의 활약. 그들은 한국시리즈에서 슬럼프를 털고 화려하게 다시 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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