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잔류, 그리고 미국 진출을 놓고 비상한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는 이대호(31, 오릭스 버팔로스)의 거취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선수 스스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가운데 메이저리그(MLB) 진출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연봉 문제도 생각보다 수월하게 풀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현 소속팀 오릭스와의 계약이 끝나는 이대호는 최근 귀국해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에서 2년간 ‘4번 타자’로서의 충분한 능력을 보여준 이대호는 세 가지 선택지를 놓고 차기 행선지를 고심하고 있다. 첫 번째는 오릭스 잔류, 두 번째는 일본 내 다른 팀으로의 이적, 세 번째는 메이저리그 진출이다.
이대호는 오릭스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으면서도 오릭스의 연장 계약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오릭스는 이대호에게 2년간 7억 엔을 제시했으나 이대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몸값 기준선 아래의 금액이라는 뜻이다. 이대호는 정도 정이지만 프로선수인 만큼 연봉에 대한 자존심을 강조하고 있다. 오릭스가 수정 제의를 하지 않는 이상 이대호가 팀에 남을 가능성은 낮다.

일본 내 다른 팀으로의 이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실체’는 명확하지 않다. 일본시리즈가 끝나야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되고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게 여겨졌던 MLB 진출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스스로도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MLB 진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대호의 이름이 현지 언론 및 매체로부터 언급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스포츠 전문매체인 SB네이션은 이대호에 대해 “600타석에서 타율 2할7푼7리, 출루율 3할4푼1리, 장타율 4할3푼6리에 17홈런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통계 블로거 코너 제닝스의 예측을 실었다. 제닝스의 수치는 그간 일본에서 미국 무대로 진출한 선수들의 기록 저하폭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수치만 기록해도 나쁜 것은 아니다. 1루나 지명타자 자리가 약한 하위권 팀들에게는 하나의 옵션이 될 만한 성적이다.
주목할 점은 연봉이다. 이 정도 기량이면 연간 400~500만 달러 정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현지의 시각이다. SB네이션 또한 이대호가 오릭스로부터 2년 7억 엔의 제의를 받은 것을 떠올리며 “이대호는 오릭스 제시안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고 미국 구단도 2~3년간 연 평균 500만 달러 정도의 합리적인 수준에서 좋은 1루수를 얻을 수 있다”며 윈-윈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 평균 500만 달러라면 오히려 일본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 기대치를 뛰어넘는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연 5억 엔 이상의 계약을 따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오히려 연봉 측면에서도 MLB가 낫거나 최소 오릭스 계약안 정도는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대호에게 MLB는 프로의 자존심인 연봉과 도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될 수도 있다. 아직은 모든 것이 추측 단계지만 이대호가 도전이라는 파도에 올라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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