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승엽(37)에 대한 팀의 믿음을 절대적이다. 큰 경기에서는 한 방을 터뜨릴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이승엽이 다시 한 번 ‘해결사’ 면모를 선보일지도 이번 한국시리즈의 화두 중 하나다.
국내 복귀 2년차를 맞는 이승엽은 올 시즌 사실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111경기에서 타율 2할5푼3리, 13홈런, 69타점에 그쳤다. 한국 복귀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타율 3할7리, 21홈런, 85타점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던 이승엽이지만 올 시즌에는 여러 악재에 고전했다. 시즌 막판에는 허리가 좋지 않아 1군 엔트리에서 빠지는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삼성이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직행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이승엽의 부진은 더 도드라질 수도 있었다. 나이를 감안하면 기량이 떨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경험과 노련미는 사라지지 않는다. 삼성이 이승엽에 주목하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이승엽은 항상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선보였다. 숱한 국제무대에서 결정적인 순간 극적인 한 방을 터뜨리며 대표팀의 영광을 이끌었다.

포스트시즌에서 남긴 족적도 굵직하다. 통산 46경기에서 13개의 홈런과 36타점을 수확했다. 사사구는 36개에 달했다. 상대의 극심한 견제 속에서도 제 몫을 했던 것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3할4푼8리에 7타점을 올리며 여전한 해결사 면모를 과시했던 이승엽이었다. “정규시즌과는 다를 것”이라는 삼성의 기대치는 괜한 것이 아니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23일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이승엽에 대한 기대치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류 감독은 이승엽을 6번에 놓는다는 구상이다. 예년에 비해 비중이 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류 감독은 이승엽에 대해 ‘폭탄’이라고 비유하며 주저하지 않고 키 플레이어로 손꼽았다. 중심타선이 만든 기회를 해결하거나 미처 정리하지 못한 주자를 불러들이는 핵심 선수라는 뜻이다.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이 이룰 삼성의 클린업 트리오는 자타 공인 최강의 면모를 자랑한다. 장타는 물론 출루 가능성도 높다. 만약 그 뒤에 위치한 이승엽까지 터질 경우 삼성의 공격력은 극대화될 수 있다. 반대로 이승엽이 부진하다면 클린업 트리오를 최대한 피해가는 두산의 전략이 완성될 수 있다. 이승엽이 이번 시리즈의 중요한 키를 잡은 이유다. 그러나 삼성은 후자를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만큼 이승엽에 대한 믿음이 크다. 이승엽이 두산에 ‘폭탄’을 던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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