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SK가 본격적인 정비에 들어간다. 코칭스태프 개편으로 팀 분위기를 쇄신한 것에 이어 야심차게 준비한 육성 프로젝트도 본격적으로 가동해 보조를 맞춘다. 특히 육성 프로젝트의 경우 팀의 장기적인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올해 6위라는 어색한 순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한 SK는 코칭스태프 개편을 통해 변화를 꾀했다. 팀의 프랜차이즈 출신 인사들이 대거 전면에 등장했다. 김경기 코치가 1군 타격 코치로 보직을 옮겼고 투수 파트는 역시 팬들과 선수들의 신망이 두터운 조웅천 김원형 코치가 맡는다. 한편 퓨처스팀(2군) 감독으로는 현역 은퇴를 선언한 박경완 감독을 전격 선임함으로써 또 한 번 야구계에 바람을 일으켰다.
겉으로 보이는 코칭스태프 개편뿐만 아니라 차근차근 준비해왔던 육성 프로젝트도 닻을 올렸다. SK는 2007년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 성과에 도취된 면이 분명히 있었다. 타 팀에 비해 육성 분야에서 한 걸음 뒤처진 것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간 SK에도 육성 파트가 있긴 했지만 생존의 문제는 아니다보니 탄력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팀이 육성을 가장 큰 화두로 잡으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SK가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팀 내 주전 선수들은 이제 상당수가 30대에 접어들었다. 미래 전력을 키워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 여기에 9·10구단 창단으로 선수 수급은 점점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풀뿌리라고 할 수 있는 아마추어 야구가 확대되기 전까지는 상당 시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SK도 1년가량 선진 시스템과 한국 실정을 접목 시킨 체계적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았다. 기존의 육성 시스템을 사실상 모두 바꾼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SK는 이번 코칭스태프 개편과 함께 올해까지 2군 감독을 맡았던 김용희 감독을 육성 총괄 및 스카우트 팀 책임자로 선임했다. 야구계 일각에서는 좌천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SK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SK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상황이 같지는 않지만 팜 디렉터의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구단의 중책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희 감독은 올해 퓨처스팀 감독과 육성 총괄을 겸임했으나 내년부터는 육성만 전담하며 팀의 미래를 그리는 핵심 인력으로 자리한다.
SK는 현장 경험이 풍부하며 이 부문의 경험이 있는 김 감독에게 적잖은 기대를 걸고 있다. SK 한 관계자는 “현장과의 유기적인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장 경험이 많고 우리 육성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김 감독이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미국도 팜 디렉터가 프런트 조직에 있으면서 팀의 기조를 이어간다”고 기대했다.
코칭스태프도 충원했다. 올해까지 SK는 2군에 주루 코치가 없었다. 수비 코치가 주루까지 겸임했다. 하지만 최근 코칭스태프 개편에서 윤재국 코치가 합류해 2군에서 주루를 담당한다. SK 관계자는 “육성을 제대로 하려면 보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윤재국 코치는 주루는 물론 그간 팀 2군에서 제대로 가르치기 힘들었던 외야 수비 지도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 외 2군에 전 복싱국가대표팀 트레이너인 김용진 트레이닝코치를 영입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간 컨디셔닝코치가 있긴 했지만 주로 선수들의 아픈 곳을 치료하고 재활을 돕는 ‘의무 트레이너’ 임무를 주로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김 트레이닝코치는 말 그대로 2군 선수들의 체력을 전담하며 체계적인 체력 훈련을 전담하게 된다.
올해까지는 2군 감독이 루키팀(3군)까지 총괄했지만 내년부터는 2군에만 전념한다. 대신 김대진 코치가 3군 책임코치로 부임했고 3군 코칭스태프도 인력을 충원했다. 이렇게 시동을 건 육성 시스템은 앞으로 현장에서의 시행착오를 최대한 받아 들여 수정 및 보완 작업을 끊임없이 벌이게 된다. 6년 동안의 영광을 뒤로 한 SK가 육성 시스템을 바탕으로 또 한 번의 영광을 그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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