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들이 '힙합 피처링'으로 천하통일되고 있다.
올초부터 음원차트를 휩쓴 장르가 영향력을 높이는 건 당연한 수순이지만, 그 의존성이 꽤 높아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신곡에서 힙합 가수의 피처링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은 일. 중복도 많다. 올 상반기 '아는 사람 얘기'로 음원차트 1위를 지키며 복병으로 떠오른 산이는 이번 주에만 두번이나 '출현'했다. 지난 21일 발표한 박지윤의 타이틀곡 '미스터리'와 22일 발표한 유승우의 '유후'에 모두 피처링한 것. 공교롭게도 이 두 곡은 나란히 10위권에 안착했다.

다이나믹듀오도 단골 손님이다. 이달 초 발표된 서인영의 신곡 '나를 사랑해줘'에는 개코가, 지난 17일 공개된 신승훈의 선공개곡 '내가 많이 변했어'에는 최자가 각각 참여했다. 한 달안에 두 멤버 모두 출격한 셈이다.
거장들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은 래퍼도 있다. 지난 상반기 조용필의 '헬로'에 피처링하며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버벌진트는 지난 23일 발표된 신승훈의 새 앨범 수록곡 '러브 위치'에도 참여했다. 상하반기 거장들의 새 앨범에 모두 등장한 것이다.
힙합 프로듀싱의 마이더스의 손으로 통하는 프라이머리에겐 하루가 멀다하고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으며, 올해 힙합 음원파워의 시초를 알린 배치기도 피처링 요청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힙합 집중 현상은 역시 '잘 팔리기 때문'. 그동안 음원차트 석권은 리쌍 정도만 가능했지만 올해 들어 다이나믹 듀오는 물론이고 배치기를 시작으로, 자이언티, 범키, 산이 등 아직 메인스트림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힙합 복병들이 대거 음원차트 1위에 오르며 여타 기획사들을 '기겁'하게 만든 상태.
힙합이 신선한 새 바람으로 떠오르면서 특히 기존 가수들이 이미지를 새로 세팅하는데 이들의 피처링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발라드 변신으로는 저조한 성적을 얻었던 서인영이 '나를 사랑해줘'로 버스커버스커 광풍 속에서도 선전한 건 개코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분석이다. 조용필과 버벌진트의 조합은 물론이고, 신승훈이 최자와 호흡을 맞춘 곡을 선공개곡으로 선정한 것도 이같이 '리프레쉬'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힙합이 대세로 떠오른 만큼, 이들에 대한 수요는 매우 높아졌다. 이왕이면 음원파워를 지닌 래퍼에게 러브콜에게 쏟아지는 것. 음색 또한 래퍼별로 각기 달라, 특정 음색에 대한 선호도 몰릴 수 밖에 없다. 신승훈은 새 앨범 작업 도중 조용필과 버벌진트의 콜라보 소식을 들었지만, '러브 위치'에는 버벌진트의 음색만이 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또 한번 버벌진트에게 손을 내민 것으로 전해졌다.
희소성이 떨어지고 있는 건 누구보다 힙합계가 잘 알고 있지만 공급을 조절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랜기간 친분을 쌓으며 돕고 도와온 가요계에서 힙합이 대세가 됐다고 갑자기 태도를 바꾸기 쉽지 않다는 것. 한 힙합 레이블 관계자는 "힙합은 갑자기 등장한 장르가 아니다. 그동안 홍대에서, 여러 다른 기획사에서 힙합은 꾸준히 교류하고 발전해왔다. 특히 피처링은 서로 도우며 의리와 정으로 움직여오는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러브콜을 모른 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체 신곡과 겹치지만 않는다면 최대한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긴 하다. 또 다른 힙합팀 관계자는 "자체 신곡과 피처링곡의 간격이 넓지 않아 오히려 피처링곡이 더 관심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일정 조율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묻지마' 피처링 요청도 많다는 전언. 또 다른 힙합 레이블 관계자는 "음악과는 관계 없이, 몇몇 래퍼 이름을 불러주고 이 중에 아무나 곡에 넣어달라는 요청도 있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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