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이 섹시하고 발칙한 대본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 나아가 가슴까지 즐겁게 만들고 있다. 대놓고(?) 유혹의 필살기를 활용하면서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얼굴을 발그레하게 만든다.
'로코 제조기' 김은숙 작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 '섹시하고 사악한 격정 하이틴 로맨스'라 정의했다. 부유층 고교생들의 사랑 이야기가 주축인 만큼 풋풋한 청춘 드라마 한 편이라 생각하면 오산. 김 작가는 전작인 '시크릿 가든'과 '신사의 품격' 등에서 보여준 전매특허 로코(로맨틱 코미디)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오되 전작 어느 것보다도 주인공들의 연령대를 낮추면서 감질 나는 코드가 더한 느낌이다. 고작 18살, 고등학교 2학년 남녀 사이의 로맨스는 이제 어른들의 생각처럼 풋풋하지만은 않다. 기성세대의 바램(?)처럼 건강하지도 않다.
주인공들이 '제국고' 2학년들로 설정되면서 이 드라마는 더더욱 야릇한 상상과 감칠맛 나는 재미를 선사한다. 2~30대의 청춘남녀가 몸이 뒤바뀌며 벌어진 로맨스(시크릿 가든), 그리고 꽃중년 신사 4인방의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한 러브스토리(신사의 품격)가 시청자들의 특히, 여심을 흔드는 데 성공한 가운데 이번 '상속자들'은 여심은 물론 10대 시청자들의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까지 동시에 노리면서 구미를 당긴다.

대표적인 것은 이민호와 김우빈 등 몸 좋은 배우들의 탈의. 또 탈의다. 주인공 김탄 역의 이민호는 첫 회부터 LA 해변을 배경으로 조각 복근을 뽐내더니 차은상(박신혜 분) 앞에서 티셔츠를 갈아입으며 또 다시 매끈한 보디라인을 드러냈다. 여기에 김탄의 적수 최영도 역 김우빈은 이민호보다 한층 부풀고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내 여심을 훔쳤다. 상이한 매력과 캐릭터의 두 남자주인공은 상반신 노출신에서도 전혀 다른 아우라를 풍기며 시청자들의 눈을 호강케 했다. 이 장면들을 보며 가슴이 콩닥한 여고생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그런가 하면 김 작가표 찰진 대사도 '상속자들'에 빠져 들게 하는 커다란 이유다. 돌직구 성격의 대사 퍼레이드는 주인공들의 성격을 여실히 반영함과 동시에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꾸 곱씹게 만든다. 매 작품 수많은 명대사와 어록들을 탄생 시킨 김 작가의 필력은 역시나 녹슬지 않은 느낌.
"근데 어제 한 여자를 만났대. 그 여자 이름이 차은상이래. 근데 차은상한테 궁금한 게 생겼대. 혹시, 나 너 좋아하냐?" (2회. 괴한들을 피해 은상과 도망가다 영화관으로 들어간 탄이 옆에 있는 은상을 쳐다보며)
"아. 기승전결 돋네 진짜. 잘 먹고 잘 살겠다고 미국까지 왔는데 결국 또 쓰레기통 옆이야. 뭔 놈의 인생이 반전이 없냐, 반전이" (2회. 라헬이 버렸다는 명함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던 은상이 눈물 흘리며)
차은상! 혹시 나 너..보고싶었냐?(5회, 자신이 제국그룹 둘째 아들이란 정체를 안 뒤 당혹감에 돌아서는 은상을 향해 탄이)
이렇듯 듣고 있으면 배우들의 연기와 어우러져 가슴을 진동케 하는 대사들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흡인력이 배가된다. 특히 돌직구인 듯하지만 절절한 고백이 담긴 탄의 대사들은 은상과의 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며 '섹시하고 사악한 격정 하이틴 로맨스'의 정체성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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