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기황후’, 역사왜곡 논란 딛고 안방 제패할까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10.24 16: 39

MBC 새 월화드라마 ‘기황후’가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제작진부터 배우까지 모두 드라마를 둘러싼 오해와 논란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하면서, 50부작 대장정을 시작했다.
하지원, 주진모, 지창욱, 백진희는 2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황후’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배우들 뿐만 아니라 한희 PD, 장영철 작가, 정경순 작가가 참석해 드라마를 둘러싼 각종 잡음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오는 28일 첫 방송을 앞두고 역사 왜곡 논란으로 인해 잡음이 끊이지 않는 드라마답게 이에 대한 제작진과 배우들의 해명이 쏟아졌다.
이 드라마는 대원제국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고려 여인 기승냥(기황후, 하지원 분)의 사랑과 투쟁을 다룬 50부 대작이다. ‘대조영’, ‘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 등의 수작을 통해 선 굵은 필력으로 인정받은 장영철, 정경순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지만 동시에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영웅적으로 다뤄지는 기황후가 사실은 고려와 원나라 사이에서 고려 통치권을 뒤흔들기도 했다는 점, 그리고 자주적인 고려 왕으로 그려지기로 했던 충혜왕이 사실은 패륜을 저지른 인물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결국 제작진은 문제의 소지가 많은 충혜왕을 가상 왕인 왕유로 변경하는 강수를 뒀다. 그리고 기황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실제와 허구를 섞은 ‘팩션’이라고 강조했다.
장영철 작가는 “우리 드라마는 실제와 허구가 섞인 팩션”이라면서 “요즘 역사문제가 민감하다는 것 안다. 그래서 다시 고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경순 작가도 “기황후라는 역사적 인물에 허구를 섞었다”면서 “우리 드라마는 팩션이라는 것을 자막으로 확실히 밝힐 것이다.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팩션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해석이 분분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도 입을 열었다. 하지원은 “기황후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을 안다”면서 “하지만 기황후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인물이었으며, 섬세한 전략과 정치적인 계략을 갖춘 인물이었다는 점이 흥미로울 것이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기황후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드라마에서 다루겠다고 강조했다.
주진모도 “내가 연기하는 왕유는 역사적이나 정치적인 것을 염두하고 연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우리는 대본에 충실히 하고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극중에서 원나라 황제 순제를 맡은 지창욱은 변발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창욱은 “멋있게 나오려고 변발을 안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면서 “제작진에서 변발을 하면 시청자들이 보기에 부담스러워할 것 같다고 먼저 변발을 하지 말자고 제안하셨다. 사실 내가 변발을 하면 우리 드라마 인물 중 80%가 변발을 하고 나와야 한다”고 재치를 발휘했다.
그는 “사실 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변발을 안 하는 설정도 문제가 될 줄 몰랐다”면서 “변발 안하는 것 때문에 논란이 될 줄 몰랐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지창욱은 “만약에 시청자들이 내가 변발을 안해서 불편하시다면 그 부분에 있어서는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원나라 순제(지창욱 분)의 정실 황후 타나실리 역을 맡은 백진희는 "우리가 이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해서 역사의식이 없는 것이 아니다"면서 "역사의식이 없다고 오해를 받는 게 안타깝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재밌는 드라마니 잘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제작진과 배우들이 한결 같이 한말은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봐달라는 것. 역사 왜곡이 불거진 것을 돌파하기 위해 허구를 덧입혔다는 자막까지 드라마 시작 전 공지할 것이라는 제작진의 의지는 분명히 전달됐다. 이 드라마는 MBC가 무려 50부작으로 준비한 대작. ‘기황후’가 시끄러운 잡음을 잠재울 수 있을지, 전작 ‘불의 여신 정이’가 사극이라는 장르적인 특성에도 낮은 시청률로 종영한 가운데 잃어버렸던 월화드라마 왕좌를 되찾아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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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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