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에이스급 선수를 상대로 5회가 지나기 전에 10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대량득점에 성공했다. 두산 타선이 환상적인 노림수 적중률을 과시하며 윤성환을 무너뜨렸다.
두산은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5회까지만 10안타 6득점에 성공한 타선의 활발함을 등에 업고 7-2로 이겼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모두 통과하며 상승세를 탄 두산은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집어 삼키며 시리즈 전망을 밝혔다. 역대 1차전 승리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확률은 80%(30번 중 24번)에 이른다. 두산이 분명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팽팽한 승부가 예상됐다. 양팀 선발 윤성환(삼성)과 노경은(두산)의 무게감을 생각하면 그랬다. 두산의 기세, 그리고 충분히 쉰 삼성의 노련미의 대격돌이 예상됐다. 그러나 승부는 생각보다 쉽게 갈렸다. 두산이 초반부터 윤성환을 제대로 공략하며 쉽게 앞서 나갔다. 기회 때 집중력을 발휘하며 2회와 5회 각각 3점씩을 뽑아내며 주도권을 잡았다. 노림수가 그 중심에 있었다.

윤성환은 구속 자체가 빠른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여러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진다. 특히 리그 정상급 커브, 그리고 커브와 보조를 맞추는 슬라이더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다. 한 가지 구종을 노려서 공략하기는 쉽지 않은 투수다. 하지만 그 노림수가 아주 정확했던 두산 타선 앞에서 윤성환도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의 두산 타자들은 마치 윤성환이 어떤 구종, 그리고 어떤 코스로 던질 줄 아는 것 같았다.
윤성환의 직구 제구가 2회부터 다소 흔들리자 두산의 노림수는 빛을 발했다.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굴하지 않고 침착하게 자신이 노린 구종을 기다렸다. 두산이 윤성환에게 5회까지 뽑아낸 10개의 안타를 분석해도 침착함과 과감함이 모두 돋보였다. 초구에 볼이 들어온 경우는 단 세 번밖에 없었다. 5번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냈고 두 번은 과감한 초구 타격이었다. 끈질기게 자신이 노리는 구종을 기다렸음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윤성환이 자랑하는 커브를 두산 타자들이 침착하게 걷어내자 윤성환의 장점은 상당 부분 상쇄됐다. 3-1로 앞선 5회 3득점의 시발점이 된 김현수의 타격은 상징적이었다. 2구째 커브를 걷어 올려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으로 연결했다. 코스만 보면 건드릴 이유가 없는 공이었지만 김현수는 커브에 대비한 타격폼으로 정확한 타이밍에 공을 날려 보냈다. 반대로 윤성환은 이날 커브로 잡아낸 삼진이 하나도 없었다.
윤성환 이정식 배터리는 직구 승부로 이를 만회하고자 했으나 구속이 빠르지 않은 윤성환의 직구마저 노리는 선수들이 있었다. 결국 모든 무기가 간파 당한 윤성환은 4⅓이닝 10피안타 6실점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뒤로 한 채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혈전을 거치며 예민해진 두산 타선의 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반면 타자들의 감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었던 삼성은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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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