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투수가 승계주자 실점 없이 상대 타자를 병살로 일축하는 호투를 펼쳤기 망정이지 자칫 빼어난 기교투가 승계 주자 실점으로 인해 더럽혀질 뻔 했다. 3이닝 째까지 70개로 많은 공을 던지다 중반부터 간결하게 던지던 노경은(29, 두산 베어스)의 7회 등판. 그 뒤에는 좌완 계투가 없는 두산의 현실이 숨어있다.
노경은은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서 6⅓이닝 동안 4피안타(탈삼진 7개, 사사구 2개) 1실점으로 호투한 뒤 7-1로 앞선 7회말 1사 1,2루서 변진수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물러났다. 변진수가 김태완을 3루 병살타로 잡아내며 노경은의 최종 실점은 1점으로 끝났다. 노경은의 강판 시 투구수는 111개였다.
사실 이날 노경은은 초반 삼성의 인내심 있는 스윙에 고전했다. 1회말 초구 슬라이더가 몰리자 그대로 당겨친 박석민의 좌월 솔로포를 제외하고 삼성 타자들은 노경은과의 대결을 길게 이끌었다. 1회말 선두타자 배영섭부터 9구 까지 가는 끝에 삼진으로 물러나는 등 선구안과 파울 커트로 노경은을 괴롭혔다.

다행히 노경은은 포수 최재훈과의 호흡을 통해 스스로 자구책을 찾았다. 슬라이더와 투심으로 상대 방망이를 이끌며 3이닝 째 이후로는 3⅓이닝 동안 41개로 경제적인 투구를 펼쳤다. 6이닝 째까지의 투구수는 103개였다.
7-1로 여유있는 점수 차에 경기 전 “투수 교체 타이밍을 조금 빨리 가져가겠다”라는 김진욱 감독의 이야기를 감안하면 노경은의 알맞은 교체 시점은 7회말 시작과 함께였다. 그러나 노경은은 그대로 7회말 마운드에 올라 최형우를 2루 땅볼 처리했으나 채태인에게 우익수 방면 안타, 이승엽에게 우익수 방면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2루 위기에 놓였고 변진수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는 두산의 좌완 계투 없는 현실과 맞물린다.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두산 투수 엔트리에 포함된 유일한 좌완 유희관은 주축 선발이 되었다. 그냥 선발이 아니라 앞선 3경기 동안 1승무패 평균자책점 0.84의 특급 성적을 올렸다. 나오면 자기 몫 그 이상을 해내는 좌완 선발을 팀 사정 때문에 무턱대고 계투로 돌릴 수는 없는 일. 따로 누굴 수혈하기도 마땅치 않다.
베테랑 좌완 이혜천은 현재 재활 중이라 실전 투입이 불가능하다. 지난 9월25일 상무에서 제대한 이현승은 지난 4월 팔꿈치 수술을 받아 내년 전반기까지 실전에 등판하지 못할 전망이다. 그 외의 좌완들은 구위-제구 면에서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두산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유희관의 이름에 두산은 웃지만 그 다음으로는 무거운 한숨을 뱉는다.
결국 1차전서 두산은 가장 믿을만한 투수인 노경은에게 그대로 7회말을 맡기고자 했다. 그러나 노경은도 사람인지라 힘이 떨어지던 시점에서 연속 안타 허용으로 흔들렸다. 마침 타순도 최형우-채태인-이승엽 세 명의 좌타자로 이어졌다. 이 중 채태인과 이승엽에게 안타를 내주고 오른손 타자 김태완의 타석이 된 후 주자가 쌓인 상태에서 변진수에게 바통을 넘긴 노경은이다.
다행히 결과가 좋았고 팀은 7-2로 승리했다. 변진수는 김태완을 3루수 앞 병살타로 일축하며 늦은 감이 있는 투수 교체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팀도 이 전략의 성공 덕분에 값진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만약 결과가 안 좋게 흘러갔더라면 노경은을 더 끌고 간 전략은 자칫 팬들의 비난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코칭스태프의 오판이라기보다 왼손 계투가 없는 두산의 어쩔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나온 것이다. 연달아 좌타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그 맥을 끊어줄 수 있는 좌완 릴리프의 부재. 12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두산이 남은 경기서 이 약점을 슬기롭게 상쇄할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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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