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한 아우, 있다? 없다?
tvN '응답하라 1994'가 지난해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응답하라 1997'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90년대 배경 그대로, 사투리 그대로, 복고 감성 그대로, 삼각관계 그대로긴 한데 좀 달라진 것도 있다. 배경이 부산에서 서울로, 주인공이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주연진이 가수에서 배우로 바뀌었다. 그래서 더 좋을 수도, 그래봤자 비슷할 수도 있다.
일단 '웃기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 사투리도 좋다. 경상도 출신의 이혜린 기자는 고아라의 사투리에 합격점, 전라도 출신의 박현민 기자는 손호준의 사투리에 합격점을 줬다. 하지만 향후 '응답하라 1997'처럼 센세이셔널할 것인지는 의견이 나뉜다. 1~2회 방송을 기반으로, 각자 기대되는 점과 우려되는 점을 골라봤다.

# 비슷해도 너무 비슷해 '1997' 속편이 아니라 재탕이다
예전 추억에 '응답'하는 건 여전히 즐겁다. '너의 말들을 웃어넘기는'으로 시작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에게'를 듣는 것도 좋고, 햄버거 집에서 데이트를 하는 풋풋한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도 즐겁다. 정은지보다 한층 더 시끄러운, 고아라의 경상도 왈가닥 싱크로율도 100%다.
그런데 심하게 똑같다. '1997'과 '1994'는 복고 코드 뿐 아니라 알맹이마저도 똑같다. '오빠'를 쫓아다니느라 진짜 사랑에 눈을 뜨지 못한 여자가 있고, 그 여자와 가족처럼 지내지만 실제 가족은 아닌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별로 열심히 사는 것 같지는 않은데 또 공부는 잘한다.
성동일과 이일화의 존재는 영 아리송하다. 배우만 같은 게 아니다. 캐릭터 자체가 같다. 성동일은 속정이 깊은 야구 코치다. 이일화는 여전히 음식을 '많이' 만드는 큰 손이다. '1997'의 부부가 자녀만 바꿔 나타났다. 그런데 그 자녀 커플의 캐릭터는 또 똑같다. 정은지-서인국이 그대로 고아라-정우가 됐다.
주위를 둘러싼 친구들의 에피소드는 분명 다를 수 있다. 성에 막 눈을 뜨고, 수줍게 연애 감정을 느끼고, 부모와 대립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에서,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좌충우돌하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이게 관건이다. '응답하라 1994' 1~2회에서 가장 호평 받은 부분이 삼천포가 신촌역에서 독수리다방까지 2만원의 택시비를 내고, 햄버거집에서 비스킷을 40개 사는 부분이었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좀 달라진 에피타이저로 일단 손님의 관심은 환기시켰는데, 메인 요리는 작년에 먹었던 것과 영 다를 게 없다. 이제 겨우 2회인만큼 향후 어떻게 나아가느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지겠지만, 이대로 가다 재탕만 해온 걸 먹게 되진 않을지 조금 걱정도 된다.
이혜린 기자
rinny@osen.co.kr

# '팬질' 경험 없이도 고개 끄덕…공감의 폭 넓어졌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중요한 포인트는 동시대를 경험했던 이들의 공감대 형성에 있다. 허나 전작 '응답하라 1997'의 경우 복고적인 콘셉트나 아이템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줄거리의 큰 축을 차지했던 '빠순이'와 '팬질' 문화를 마주한 대다수 남자들은 끄덕이던 고개를 잠시 멈칫, 그리고 이내 갸웃했다.
그런 점을 감안했을때 2탄 '응답하라 1994'는 우선적으로 합격점이다. 3년이나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때만 해도 가뜩이나 세대차를 느꼈던 10대~20대들의 공감이 한발짝 더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불식된 것. '팬질' 외에도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다뤄졌기 때문에다. 물론 부산에서 서울로,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배경과 대상이 각각 변경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디테일한 작품속 아이템들은 여전한 '응답하라' 시리즈의 매력 포인트로 남았다. 앞서 전작에선 천리안-하이텔 등 추억의 PC통신이 등장했다면, 이번엔 타자게임 베네치아가 당시 추억을 소환했다. 더불어 당시 유행했던 운동화, 의상, 노래까지도 섬세하게 부활했다.
전작의 흥행으로 한층 올라선 기대치, 연기변신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충분히 선전중인 고아라, 맛깔나고 실감나는 지역 사투리들의 향연,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팔도 출신의 캐릭터들의 활약과 조합을 통해 정치권도 끝내 이루지 못했던 '통합'을 브라운관 내에서나마 만끽할 수 있을지도 기대 포인트다.
박현민 기자
gat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