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직행이라는 이점을 1차전 패배로 십분 살리지 못한 삼성이다. 2차전 필승의 의지가 높아지는 가운데 선발로 나설 릭 밴덴헐크(28)가 반격의 무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망은 조심스럽지만 희망 섞인 구석은 있다.
삼성은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2-7로 졌다. 선발 윤성환이 4⅓이닝 동안 10개의 안타를 맞으며(1피홈런) 6실점으로 무너진 것이 결국 패착이 됐다. 20일 가량 휴식을 취하며 한국시리즈에 대비한 삼성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혈전을 치르고 올라온 두산의 기세만 더 살려준 셈이 됐다.
결국 2차전 향방이 이번 시리즈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이 이 경기를 잡는다면 동등한 입장에서 나머지 시리즈를 준비할 수 있다. 분명 체력이 남아있는 쪽은 삼성이다. 시리즈가 계속 흐를수록 유리할 수 있다. 반면 2차전마저 내준다면 시리즈 전체가 두산의 페이스로 가득 차게 된다. 이런 흐름은 두산의 체력 문제라는 결정적 문제를 가릴 수 있는 좋은 빌미가 된다. 삼성으로서는 2차전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2차전에 선발로 나서는 밴덴헐크의 중요성은 누차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올 시즌 큰 기대를 모으며 삼성에 입단한 밴덴헐크는 정규시즌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24경기에서 7승9패 평균자책점 3.95의 성적을 냈다. 외국인 투수라는 점, 그리고 기본적인 이름값을 감안하면 분명 기대치에 밑도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후반기 성적이 괜찮았다. 전반기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50의 기록을 냈던 밴덴헐크는 후반기 11경기에서는 3.33의 평균자책점으로 4승4패를 기록했다.
두산과의 경기에서는 올 시즌 1경기에서 6이닝 동안 4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내용이 아주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승리를 챙겼다는 점에서 기억이 나쁘지 않다. 여기에 2차전에서는 특수한 상황에 이점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바로 빠른 공을 가졌다는 점이다.
밴덴헐크의 빠른 공이 정규시즌에서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 시점의 두산에는 꽤 위력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두산은 포스트시즌에서만 이미 10경기를 치렀다. 투수들도 그렇지만 혈전을 치른 터라 야수들도 알게 모르게 지쳐 있기는 마찬가지다. 1차전을 통해 감이 삼성보다는 낫다는 것을 증명했지만 전반적으로 배트 스피드는 한창 좋을 때보다 처져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밴덴헐크는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어깨에는 힘이 있다. 타자들이 가장 치기 어려운 공은 예나 지금이나 빠른 공이다. 지쳐 있는 두산 타자들에게는 더 그렇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의 레다메스 레즈(LG)가 이를 증명했다. 두산 타자들은 힘으로 윽박지르는 리즈의 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를 감안하면 1차전 삼성 선발이었던 윤성환보다는 밴덴헐크가 더 까다로운 상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직구의 제구, 그리고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각만 가장 좋을 때의 모습을 유지한다면 물 오른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밴덴헐크의 어깨에 삼성의 시리즈 향방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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