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한 삼성에 비상이 걸렸다. 1차전 패배를 떠나 주축 타자 박한이(33)가 손가락 부상으로 2차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박한이는 지난 24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1차전에 2번타자 우익수로 선발출장, 삼진 하나 포함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8회 대타 정형식으로 교체돼 이날 경기를 빠졌다. 그런데 문제는 무안타 침묵이 아니다. 부상으로 자칫 2차전 출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삼성을 걱정에 빠뜨리고 있다.
박한이는 3회말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두산 선발 노경은의 4구째 공에 기습적으로 번트를 댔다. 번트가 투수 쪽으로 향했지만 박한이는 1루로 전력 질주하며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갔다. 결과는 아웃이었고 슬라이딩 후 박한이은 왼쪽 중지 통증을 호소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곧바로 교체될 것으로 보였던 박한이는 8회초 수비까지 소화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그러나 1차전 경기를 마친 후 삼성 류중일 감독은 2차전 변화 여부에 대해 "박한이가 번트를 대고 1루에서 슬라이딩하는 과정에 중지를 다쳤다. 본인은 괜찮다는데 내일 일어나서 상태를 보고 안 좋으면 교체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록 1차전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한 박한이였지만 삼성에서 누구보다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으로 비중이 매우 크다. 이날 경기 포함 포스트시즌 통산 69경기와 한국시리즈 통산 46경기로 삼성 팀 내에서 진갑용(84경기·47경기) 다음 간다. 타격의 정확성과 결정력 그리고 수비력까지 두루 갖췄다.
만약 박한이가 2차전에서 빠지게 될 경우 정형식이 빈 자리를 대체할 전망이다. 빠른 발과 수비력이 돋보이는 정형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한국시리즈 7경기를 소화해 큰 경기 경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주전으로 나선 적이 없고, 박한이 만큼 활약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 삼성에는 분명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은 올해 유독 많은 부상에 시달리며 시즌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놓고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지었다. 2루수 조동찬과 유격수 김상수가 모두 부상탓에 한국시리즈 엔트리 승선에 실패했다. 그런데 한국시리즈에서마저 부상이 나오며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1차전 패배보다 더 걱정스런 대목이다.
한편 류중일 감독은 "2차전에서 진갑용을 선발 포수로 내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1차전은 선발 윤성환과 평소 호흡이 잘 맞는 이정식이 선발 포수로 나섰고, 2차전도 선발 릭 밴덴헐크에 맞춰 시즌 동안 그의 공을 주로 받아온 진갑용이 안방을 지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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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