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골무여 안녕" 김현수, 첫 홈런이 준 깨달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10.25 06: 56

'타격기계' 두산 김현수(25)에게 한국시리즈는 한이 서려있는 무대다. 한국시리즈 통산 11경기에서 42타수 6안타 타율 1할4푼3리. 홈런 없이 1타점을 올린 게 전부였다. 특히 2008년 SK와 한국시리즈에서 21타수 1안타 타율 4푼8리에 그쳤고, 마지막 5차전 끝내기 병살타로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삼성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부터 의미있는 홈런을 폭발시켰다. 3-1로 리드를 지킨 5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삼성 선발 윤성환의 2구째 가운데 낮게 떨어지는 114km 커브를 걷어올려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 솔로 홈런을 연결시켰다. 한국시리즈 개인 통산 첫 홈런이 쐐기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날 경기 후 김현수는 한국시리즈 첫 홈런의 의미에 대해 "오늘은 오늘로 끝이다. 내가 인터뷰를 할 정도로 잘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홈런 자체보다 그 과정을 의미있게 받아들였다. 그 과정에는 팀 동료 오재일(27)의 조언이 있었다. 

김현수는 "원래 손가락에 (보호용) 골무를 끼고 타격했다. 그런데 준플레이오프 때부터 (오)재일이형이 골무를 빼고 쳐보라고 했다. 골무를 안 끼면 꼈을 때 왜 못쳤는지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더라"며 "골무를 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결론은 골무를 빼고 타격하는 것이었다. 그는 "어차피 골무를 끼고도 못치는데 되든 안되든 한 번 빼고 쳐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재일이형 말대로 왜 골무를 끼고 못 쳤는지 그 느낌을 이제 알겠다. 앞으로 평생 골무를 끼고는 치지 못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현수는 2008년까지 골무를 착용하지 않고 타격했지만 2009년부터 손가락 통증으로 골무를 끼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는 꾸준히 골무를 착용한 그는 "골무를 끼면 좋은 점이 있다. 하지만 안 끼고 치니까 그동안 왜 안 좋았는지 알겠다"는 말로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이었다. 
손가락 골무는 타격시 손에 울리는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손가락에 통증이 있는 타자들이 즐겨 착용하는데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없앨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김현수도 전형적인 골무파였지만, 오재일의 조언을 계기로 골무를 벗고 한국시리즈 첫 홈런 쏘아올렸다. 
김현수는 "전날부터 속이 안 좋았지만 홈런을 하나 치고 나니 자연 치유된 것 같다"며 웃은 뒤 "경기 전 연습할 때부터 지금까지 쳐오던 타격폼과 다르게 했다. 타이밍을 빨리 잡기 위해 다리도 벌리고, 전보다 높게 들지 않으려 했다. 그 부분이 좋아진 것 같다"고 또 다른 변화를 설명했다. 김현수에게는 반전의 계기가 될 홈런이자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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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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