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선택과 집중’, 손시헌 활약 이유있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0.25 07: 40

“3년 전 플레이오프 당시에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비에 나서면서도 체력이 고갈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 때 기억 때문인지 이제는 안배를 하려고 한다”.
2아웃에서 효과적인 공략을 위해 타격폼을 임기응변으로 바꾸고 힘을 줘야 할 때와 다소 빼야 할 때를 적절하게 판단해 스스로 집중력의 완급조절도 이용했다. 최근 3년 간 잇단 부상으로 인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두산 베어스 유격수 손시헌(33)은 노련함으로 팀의 한국시리즈 첫 경기 승리를 이끌었다.
손시현은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과의 경기에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팀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MVP도 손시헌이 차지했다.

2회 첫 타석에서부터 중견수 앞 결승 적시타를 때려 1타점을 올린 손시헌은 4회도 좌익수 앞 안타를 때렸고 6회는 선두 타자로 나와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팀이 7-1로 달아나는 결정적 홈런이었다. 포스트시즌 30경기 만에 자신의 첫 가을야구 홈런으로 팀은 손시헌의 활약과 선발 노경은의 6⅓이닝 1실점 호투, 김현수의 맹타 등을 앞세워 7-2 승리를 거뒀다.
2003년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손시헌은 곧바로 이듬해 두산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뒤 2005년 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고 골든글러브의 영예를 안았다. 2009년 상무 제대 후에도 곧바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견인하며 두 번째 골든글러브를 안았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서는 한국 대표팀의 주전 유격수였다.
그러나 2011년부터 손시헌은 결정적인 순간 부상으로 인해 제 위력을 뽐내지 못했다. 발목 부상, 허리 부상 등이 잇달아 겹쳤고 지난 시즌에는 레다메스 리즈의 광속구를 스윙하려다 손가락 골절상을 입고 포스트시즌에 출장하지 못했다. 그 사이 후배 김재호가 수비 범위, 주루 능력에서 우위를 보이며 손시헌보다 더 많은 출장 기회를 얻고 제 가치를 내뿜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LG와의 플레이오프서 주전 유격수 자리에는 손시헌이 아닌 김재호가 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김진욱 감독은 최근 허리 부상을 떨쳐낸 손시헌이 삼성전에서 강한 면모(12경기 3할1푼6리 1홈런 2타점)를 보였다는 점. 그리고 원정지 대구 구장 내야가 인조잔디라 타구가 좀 더 빠른 만큼 수비 범위를 중시하기보다 정면 땅볼 타구 처리가 보다 안정적인 편인 손시헌을 먼저 발탁했다. 손시헌은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팀 5년 만의 한국시리즈 승리에 공헌했다.
경기 후 손시헌은 2회 윤성환으로부터 때려낸 역전 결승 중전 안타에 대해 “노렸다기보다 2스트라이크가 되기 전까지 윤성환의 공이 좋아 보이더라. 기존 타격폼으로는 타이밍이 안 맞겠다 싶어서 스탠스를 넓히고 다리를 들지 않은 채 노스텝으로 맞춘다는 생각이었다. 볼이 들어왔더라면 안 좋은 결과가 되었을 텐데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와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밝혔다. 윤성환의 공이 나쁘지 않았던 만큼 자신의 타격폼을 임기응변으로 바꾼 재치가 돋보였다.
페넌트레이스서 삼성 원정경기를 잘 치른 손시헌이었으나 3년 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는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당시 두산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2연패 후 3연승으로 마치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냈다. 삼성과도 최종 5차전까지 간 두산은 모두 한 점 차 접전으로 전개했고 결국 최종 5차전서 5-6으로 패했다. 연장 10회 박석민의 유격수 내야안타가 끝내기타로 기록되었던 이 경기. 당시 이 타구를 떨궜던 손시헌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번 경기를 하면서도 그 때 생각이 나더라. 그 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접전이 펼쳐졌고 매회 수비 시 너무 집중을 하다보니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였다. 솔직히 그 당시 몇 이닝 이전부터 ‘힘들다, 체력이 고갈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기억 때문인지 이제는 안배를 하려고 한다. 매 순간 집중할 수는 없으니 시점을 나눠 집중해야 할 타이밍과 약간 편하게 해야 할 이닝을 구분해 정신적 안배를 했더니 나아지는 것 같더라. 지나고 보니 그 때 기억이 공부가 되는 것 같다”.
부상은 떨쳤으나 경기 체력 면에서 검증되지 않아 당초 김 감독은 손시헌을 후반 김재호로 교체해주고자 했다. 그러나 손시헌은 좋은 움직임을 끝까지 보여주며 교체 없이 경기를 뛰었다. 그동안 뛰느라 지친 감이 있던 김재호는 선배 손시헌 덕택에 체력 보완의 기회를 얻었고 손시헌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확실히 뛰지 못해 아쉬웠던 부분을 한국시리즈 첫 경기 승리 공헌으로 상쇄했다.
“경기 전 마음 속으로 ‘기회가 왔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2013년도를 이대로 끝내기는 싫었다”. 부상으로 인해 잇달아 주춤했던 손시헌은 이날 노련한 영리함을 기본으로 존재가치를 증명했다.
farinelli@osen.co.kr
대구=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