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우승 당시는 백업 외야수였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기쁨이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백업이라도 좋다. 꼭 우승 기쁨을 다시 한 번 누리고 싶다”.
14년차 베테랑 외야수에게 이번 한국시리즈는 데뷔 후 네 번째다. 2002년 우승을 함께했던 팀을 상대로 이번에는 자신의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다.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도, 좋은 후배들의 기를 북돋워주며 우승의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는 절실함이 묻어나왔다. 두산 베어스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37)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영광을 함께하길 바랐다.
천안 북일고-경성대를 거쳐 지난 1999년 롯데에서 데뷔한 임재철은 삼성-한화를 거쳐 2004시즌 중 두산으로 이적해 지금까지 뛰고 있다. 데뷔 첫 해 롯데의 준우승 속에서 5경기 3할8푼5리(13타수 5안타) 3타점으로 분전했던 임재철은 2002년 삼성 소속으로 교체 멤버 출장하며 6경기 4할2푼9리(7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그 해 삼성이 LG를 4승2패로 꺾고 우승한 것이 임재철의 프로 커리어 중 유일한 우승이다.

2005년 임재철은 두산의 주전 우익수이자 2번 타자로 109경기 3할1푼 3홈런 30타점 10도루로 활약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공헌했다. 그러나 정작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서는 4경기 6푼7리(15타수 1안타)로 부진하며 팀의 4연패를 바라봐야 했다. 한국시리즈 무대만 따지면 임재철에게는 2005년 이후 8년 만. 그리고 또다시 삼성과의 대결이다.
지난 24일 두산의 7-2 승리로 끝난 1차전을 앞두고 대구구장에서 만난 임재철은 언제나 그렇듯 훈련에 매진했다. 좋은 후배들이 있는 만큼 임재철은 주전이 아닌 백업 외야수 보직으로 경기를 준비하는 입장. 그에게 11년 전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억에 대해 물었다.
“그 때 우승했던 대구구장에 대한 남다른 점은 크게 없는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양준혁 선배의 백업 외야수로 출장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백업 선수였기 때문일까. 생각만큼 큰 감흥은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8년 전 4연패로 준우승에 그쳤을 당시를 떠올린 임재철은 “그 때 너무 힘없이 전패에 그쳐버렸다”라며 아쉬워했다. 그와 함께 임재철은 “올해는 꼭 우승을 하고 싶다. 내 역할이 백업 외야수라도 이번에는 팀 우승과 함께 제대로 기뻐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데뷔 초기를 저니맨으로 보냈던 자신에게 주전 외야수로 뛸 기회를 주었던 팀의 유니폼을 입고 자신이 좋아하는 후배들과 진심으로 기뻐하고 싶다는 뜻이다.
두산이 올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던 데는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5-4 승리 당시 레이저빔 송구로 발 빠른 주자 이대형의 득점을 막아낸 임재철의 수훈도 컸다. 또한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쏟는 노력과 자기관리 능력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이다. “백업이라도 좋다. 우승할 수 있다면”이라는 임재철은 씩 웃으며 라커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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