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시리즈 첫 경기 승리를 따냈다. 분위기를 먼저 주도한 것은 분명한 사실. 그러나 앞선 두 차례 시리즈서 첫 경기를 이기고도 우승을 놓쳤던 전력이 있다. 그리고 상대는 최근 4년 간 계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강호다. 페넌트레이스 4위로 포스트시즌을 시작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이어 1차전 승리까지 거둔 두산 베어스가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두산은 지난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서 선발 노경은의 6⅓이닝 1실점 호투와 손시헌-김현수의 맹활약에 힘입어 7-2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7전4선승제 한국시리즈서 값진 첫 경기 승리를 거뒀다. 단순 확률 상으로 1차전 승리팀의 우승 가능성은 역대 30회 중 24번으로 무려 80%다.
그러나 1차전 승리팀의 우승 실패 전례 중 두산은 두 차례 희생양이 된 바 있다. 그리고 이는 지난 2007년과 2008년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벌어졌다. 2007년 다니엘 리오스-맷 랜들 원투펀치를 앞세워 2연승에 성공했으나 3차전서 6회 유격수 이대수(현 한화)의 1이닝 3실책과 좌완 계투로 투입된 이혜천이 상대 좌타자 김재현의 등 뒤로 공을 던지며 벤치클리어링을 야기하는 등 자제력을 잃으며 1-9로 패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그리고 리오스를 재투입한 4차전서 당시 신인 좌완 김광현에게 무실점으로 꽁꽁 묶이며 분위기를 완전히 내주고 2연승 후 4연패로 우승을 놓쳤다. 2008년에는 부친상을 당한 랜들이 첫 경기 5-2 승리를 이끌었으나 내리 4연패를 당했다. 약관의 타격왕 김현수는 SK의 치밀한 수비 시프트에 막혀 21타수 1안타로 울어야 했다. 두산의 가장 최근 한국시리즈 2회는 뼈아픈 상처로 남아있다.
상흔에 얽매여 징크스를 자초하는 것은 두산이 가장 경계해야 할 일. 그러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를 잊고 1차전 승리에 도취되는 것도 두산이 가장 하지 않아야 할 부분이다. 한 순간 도취되면 지금까지 해왔던 자신들의 공든 탑이 모래성으로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넌트레이스 막판까지 전개된 서울 3팀의 2위 경쟁에서 가장 크게 밀리며 4위로 시즌을 마친 두산은 그 허탈함을 안고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첫 두 경기를 모두 끝내기 패배로 마쳤다. 준플레이오프 전부터 열세라는 평을 안았고 두 경기를 먼저 끝내기로 패하며 두산은 침울한 분위기에 빠질 수 있었으나 그들을 일어서게 한 것은 선수들 스스로의 근성이었다. 한 미디어 관계자는 3차전이 펼쳐지기 전 두산 선수들의 분위기와 각오를 포착하고 “포기하지 않는 만큼 3연승으로 올라설 수 있는 팀”이라고 평했고 이는 맞아 떨어졌다.
이전부터 두산은 선수들의 분위기가 밝을 때 경기력까지 수직 상승하는 팀 컬러를 보여줬다. 천신만고 끝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를 3승2패로 마친 두산은 LG와의 플레이오프를 3승1패로 마쳤다. 2차전서 레다메스 리즈에게 꽁꽁 묶인 것을 제외하면 두산의 경기력은 포스트시즌에 걸맞게 상승했다. 강점이던 수비력도 점차 제 모습을 찾아갔고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서는 초반 분위기 장악에 이어 후반 잇단 위기를 추가 1실점 만으로 막아내며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분위기를 타는 팀은 그만큼 하락세를 가파르게 탄다. 말 그대로 분위기를 타는 기복도 크다. 연승 후 연패가 찾아오는 것은 거의 모든 구단들에게 당연한 일이지만 특히 두산은 올 시즌 내내 더 올라서야 할 때 그 고개를 넘지 못하는 아쉬운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시즌 승부처에서 좀 더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젊은 투수들이 전반기 동안 계투 추격조로 좀 더 자신감 있고 치밀하게 던졌더라면 두산은 삼성과 선두 경쟁을 벌였을 만한 팀이었다.
시리즈 첫 경기서 좋은 경기력으로 디펜딩 챔프를 잡는 위력을 보여준 두산. 그러나 아직 패권을 잡기 위해서는 3승이 더 남았고 최대 6경기가 남았다. 전례에 발목잡혀 스스로 징크스를 만드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러나 오랜만에 맛보는 한국시리즈 1경기 승리에 일찍 도취되면 두산이 점진적으로 보여줬던 좋은 경기력과 선수들의 근성까지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옅어질 수 있다. 지난 10경기를 잘 싸운 두산은 계속 더 잘 싸워야 한다. 상대 삼성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강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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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