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요? 에이, 설마”.
중심타자는 생애 첫 한국시리즈 홈런을 때려낸 뒤 1년 선배의 조언이 효과를 냈다며 고마워했다. 이야기를 들은 선배는 반신반의하면서도 내심 뿌듯한 듯 허허 웃은 뒤 자신에게도 우연한 발견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음을 밝혔다. 두산 베어스 좌타자 오재일(27)은 자신의 조언이 발단이 된 김현수(25)의 골무 제거 타격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해 7월 거포 이성열과의 맞트레이드를 통해 넥센에서 두산으로 새 둥지를 튼 오재일은 올 시즌 55경기 2할9푼9리 3홈런 28타점을 기록했다. 풀타임 활약을 하지는 못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타점을 자주 올리며 시즌 중반 두산의 재도약에 큰 공헌을 한 오재일이다. 현재 오재일은 최준석에게 4번 타자 1루수 자리를 내준 상태이지만 상대 선발과 컨디션에 따라 선발 라인업 출격도 가능한 타자다.

지난 24일 1차전서 후반 교체 출장한 오재일은 경기 후 김현수 덕분에 함께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1차전서 생애 첫 한국시리즈 홈런을 때려내는 등 7-2 승리를 이끈 김현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준플레이오프 때부터 (오)재일이형이 골무를 빼고 쳐보라고 했다. 골무를 안 끼면 꼈을 때 왜 못 쳤는지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골무를 빼고 나선 경기서 홈런을 때려내며 가뿐한 스윙으로 도움이 되었다며 오재일에게 고마워한 김현수다.
25일 2차전을 앞두고 오재일은 생애 첫 한국시리즈 출장에 대해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선발 출장이 아니라서”라며 웃었다. 오재일에게 김현수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 오재일은 “정말 현수가 그런 이야기를 했나요”라며 반문했다.
“골무를 빼보고 쳐보라고 이야기한 것은 사실 시즌 중에도 몇 번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타격 시 손이 울리는 것이 있으니까 여간해서 안 빼고 치더라고요. 그러다가 이번에 골무를 빼고 친 것 같은데 제 이야기를 한 줄은 몰랐네요”.
그렇다면 오재일의 골무 제거 스윙은 언제부터였을까. 오재일은 “지난해부터 떼고 치는 버릇이 생겼다”라고 답했는데 이는 우연히 골무를 잃어버리면서 발견한 새 스윙법이다. 작은 변화이지만 이는 오재일에게 “골무 없어도 돼”라는 생각을 심게 되었다.
“저도 예전에는 엄지에 골무가 안 끼워져 있으면 타격을 못 했어요. 그런데 몇 번 골무를 잃어버리고 그냥 골무 없이 타격을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골무를 착용하고 스윙하면 좀 무뎌지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것도 없고. 대신 손이 울리는 느낌은 있습니다”. 짜릿한 손맛으로 좋은 타구를 더 많이 양산하고 싶다는 오재일의 골무 제거 타격 배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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