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불펜 전력에서는 삼성보다 아래라는 평가를 받았던 두산이었다. 그러나 진검승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과시하며 삼성을 괴롭혔다. 삼성이 오승환이 53개의 공을 던지는 초강수를 던졌음에도 이를 이겨내며 결국 승리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물량공세가 효과적으로 먹혔다.
두산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1-1로 맞선 연장 13회 터진 오재일의 결승 솔로홈런과 그 후 삼성의 붕괴를 놓치지 않은 타선의 응집력을 등에 업고 5-1로 이겼다. 1차전에서 7-2로 승리한 기세를 몰아 2차전도 좋은 경기를 펼친 두산은 결국 강한 뒷심을 과시하며 대구에서 2경기를 모두 쓸어담는 최고의 성과물을 얻어냈다.
선발 더스틴 니퍼트가 잘 던졌다. 6이닝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봉쇄했다. 7회 등판한 오현택도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 사이 타선은 8회 김재호의 좌전 적시타로 귀중한 선취점을 냈다. 2이닝만 더 막으면 대구에서 2연승이라는 값진 전과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두산 불펜은 그 1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8회 등판한 홍상삼은 선두 정형식에게 볼넷, 박석민에게 내야안타를 맞고 위기를 자초했다. 최형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 했으나 결국 제구 불안이 원인이 되며 채태인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내줬다. 두산으로서는 단순한 1실점이 아닌, 향후 시리즈에 나쁜 기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타격이 있었다.
8회 실점으로 불펜 전체가 무너질 수 있었다. 그러나 두산의 물량 공세는 고비를 꾸역꾸역 넘겼다. 홍상삼을 구원한 핸킨스는 나름대로 잘 던졌다. 8회 위기를 잘 수습하며 추가실점을 막았고 9회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10회 선두 정형식에게 다시 볼넷을 내줬고 이후 2루 도루, 박석민의 희생번트로 1사 3루가 되자 윤명준이 마운드에 올랐다. 윤명준은 고의사구 작전을 펼쳐 최형우를 걸린 뒤 후 이승엽 우동균을 범타로 막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11회 맞은 위기는 정재훈이 막아냈다. 윤명준은 1사 2루에서 배영섭 타석 때 폭투로 공짜로 한 베이스를 허용했다. 그러나 이어진 1사 1,3루에서 올라온 정재훈이 가까스로 불을 껐다. 정형식을 삼진으로 잡은 정재훈은 박석민을 고의사구로 거르는 어려운 승부 끝에 강명구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반면 삼성은 오승환이라는 든든한 마무리가 있었음에도 결국 패했다. 삼성은 8회 1사 1루에서 등판한 안지만이 김재호에게 적시타를 내줬다. 9회에도 1사 1루 상황에 몰렸다. 그러자 삼성은 주저하지 않고 대기 중이던 마무리 오승환을 올렸다.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세이브의 주인공인 오승환은 9회 두산의 공격을 제압한 뒤 10회에도 압도적인 구위로 삼자범퇴 처리했다. 두산 타자들은 오승환의 공에 밀리며 반격에 실패했다. 11회에는 김재호 오재원이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는 등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오승환이 9회부터 12회까지를 잘 막자 삼성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삼성은 10회와 11회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며 오승환의 호투를 무색케 했다. 결국 외로운 싸움을 펼친 오승환은 13회 오재일에게 우월 솔로홈런을 맞고 고개를 숙였다. 오승환이 압도적인 구위를 과시하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두산의 물량공세가 오승환에 대한 공포를 지워낸 셈이 됐다.
skullboy@osen.co.kr
대구=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