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자랑하는(?) ‘1+1’ 전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릭 밴덴헐크, 그리고 차우찬이라는 선발 요원 두 명이 두산의 물오른 방망이를 잠재웠다. 결국 두 선수의 호투는 삼성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2차전을 버틸 수 있는 하나의 원동력이 됐다. 승리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삼성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1-1로 맞선 연장 13회 오재일에게 결승 솔로홈런을 얻어맞은 끝에 1-5로 무너졌다. 대구에서 2연패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기록한 삼성은 무거운 발걸음과 함께 서울로 향한다. 다만 하나의 수확이 있었다. 선발 밴덴헐크와 스윙맨 차우찬이 괜찮은 구위를 보여주며 앞으로를 기약했다는 점이었다.
선발 밴덴헐크는 몇몇 우려에도 불구하고 힘 있는 공을 던지며 두산 타선을 효율적으로 봉쇄했다. 최고 구속은 154㎞까지 나왔다. 두산 타자들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체력적으로 다소 떨어진 상황임을 감안하면 밴덴헐크의 공은 충분히 위력이 있었다. 두산 타자들이 좀처럼 정타를 맞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배트가 밀리는 장면도 여러 차례 나왔다.

중간 중간 제구가 흔들리며 불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3회 무사 1,2루의 위기를 잘 넘긴 이후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3회 1사 1,3루에서 최준석의 투수 직선타를 잡아 병살 플레이로 연결시킨 것은 인상적이었다. 5⅔이닝 동안 99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밴덴헐크가 뒤를 생각하지 않고 던질 수 있었던 것은 차우찬이라는 또 하나의 선발 요원이 대기하고 있었던 영향도 있었다. 3회 밴덴헐크가 위기에 몰렸을 때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한 차우찬은 6회 2사 1,2루에서 밴덴헐크로부터 바턴을 이어받았고 오재원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위기를 잘 넘겼다. 역시 140㎞대 중·후반의 빠른 공을 던지며 두산 타자들을 힘으로 제압했다. 제구도 잘 잡히는 모습이었다.
1⅔이닝 동안 단 1피안타, 그것도 내야안타 하나를 허용하는 데 그치며 중간계투 2명 이상의 몫을 너끈히 한 차우찬은 8회 1사 1루에서 또 하나의 필승맨 안지만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타선이 예민한 감을 이어가고 있었다. 1차전에서도 5회까지만 10안타를 집중시켰고 결국 7점을 뽑으며 삼성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삼성의 ‘1+1’ 전략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이제 시리즈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야 할 삼성으로서는 향후 마운드 구성에 참고 사항을 확인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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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