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서 중심타자의 골무 제거 솔로포에는 1년 선배의 조언이 함께 했다. 그런데 이튿날 선배가 원조 골무 제거포를 터뜨렸다. 두산 베어스 좌타자 오재일(27)이 골무 없는 가뿐한 스윙으로 터뜨린 생애 첫 한국시리즈 홈런포는 팀을 2연승으로 이끌고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 ‘돌부처’ 오승환(31)을 깼다.
오재일은 25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8회 최준석의 대주자 허경민의 뒤를 이어 1루수로 교체출장했다. 그리고 1-1로 맞선 연장 13회초 상대가 자랑하는 마무리 ‘돌부처’ 오승환의 초구를 그대로 당겨 우측 담장을 넘는 결승 솔로포로 연결했다.
이는 오재일이 2005년 현대서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때려내는 한국시리즈 홈런포다. 한국시리즈 출장 자체가 올해로 처음인 오재일은 1차전서 대수비로 교체 투입되었다가 2차전서도 대수비 교체 출장해 팀을 구했다.

특히 오재일의 홈런포는 1차전서 데뷔 첫 한국시리즈 홈런포를 때려낸 ‘타격 기계’ 김현수의 이야기와도 맞물린다. 그동안 김현수는 왼손 엄지에 골무를 착용하고 스윙을 했다. 타격 시 손이 울리는 현상을 최대한 막고자 골무를 끼웠는데 스윙에 있어 약간 거치적대는 감이 있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 오재일이 “골무를 벗고 스윙해보라”라고 조언했다. 동료로서 애정이 담긴 말이다.
김현수가 1차전 솔로포 후 오재일 덕분에 골무 없이 가벼운 스윙을 했다는 이야기를 했고 25일 2차전을 앞두고 오재일에게 그에 대해 물어보았다. “시즌 중에도 그 이야기를 한 적은 있었다. 그런데 인터뷰에서 현수가 그 이야기를 한 것이 진짜인가”라며 반문한 오재일이다.
“몇 번 골무를 잃어버리고 나서 그냥 골무를 착용하지 않고 스윙을 한 적이 있어요. 손을 울려도 확실히 스윙은 무뎌지는 감이 없더라고요. 그 이후로 결과도 나쁘지 않았고. 그래서 골무 없이 스윙하고 있어요”.
올 시즌 플래툰 4번 타자로 최준석과 번갈아 나서며 팀에 공헌하던 오재일은 2차전서 빛을 발했다. “놓치고 싶지 않은 경기라 오승환을 끌고 갔다”라던 류중일 삼성 감독의 기대. 김현수에게 ‘골무 없는 스윙’을 조언했던 오재일은 오승환을 무너뜨리는 깜짝 홈런포로 원조의 시원한 스윙을 보여줬다.
farinelli@osen.co.kr
대구=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