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대형신인은 급이 달랐다. 두경민(22, 동부)이 강렬하게 프로에 등장했다.
원주 동부는 25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1라운드에서 부산 KT에게 74-94로 대패를 당했다. 4승 2패가 된 동부는 모비스, LG와 함께 공동 3위로 내려앉았다.
동부가 신인드래프트 3순위로 뽑은 두경민이 첫 선을 보였다. 올해 데뷔한 신인들 중 가장 강렬한 첫 인상이었다. 2쿼터 중반 코트를 처음 밟은 두경민은 프로에서 처음 던진 3점슛을 가볍게 꽂았다. 수비수가 달려들어도 여유 있게 솟구쳐 두 번째 3점슛까지 꽂았다. 신인이니까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두경민이 세 번째 3점슛까지 클린슛으로 꽂았을 때 경기장이 들썩였다. 마치 챔피언결정전에서 역전슛이 터진 것 같은 열광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네 번째 3점슛이 림을 통과하자 동료들까지 두경민을 다시 봤다. ‘뭐 이런 놈이 있나’하는 표정이었다. 두경민은 앤서니 리처드슨의 블록슛을 피해 레이업슛까지 올려놨다. 2쿼터 4분 38초 동안 14점을 올려 놓은 경이적인 폭발력이었다. 두경민은 21분 5초를 뛰면서 18점, 3점슛 4/5, 2리바운드, 2어시스트, 3실책을 기록하며 원주 팬들에게 확실하게 신고식을 치렀다.
두경민의 임팩트는 역대 1순위 출신 선수들의 데뷔전과 비교해 봐도 전혀 손색이 없다. 1998년 드래프트 1순위 청주 SK의 현주엽은 1998년 11월 14일 대구 오리온스와의 데뷔전에서 26점, 6리바운드, 8어시스트, 2스틸을 올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1999년 1순위 조상현은 챔피언 대전 현대를 상대로 27점, 3점슛 4개를 작렬하며 프로에 데뷔했다. 그는 데뷔시즌 SK가 현대의 3연패를 저지하며 우승하는데 기여했다.
2002년 1순위 김주성은 데뷔전부터 19점, 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또 2005년 1순위 방성윤은 데뷔전서 21점을 넣었다. 이들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중국을 꺾고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 영웅들이다. 하지만 이들 중 아무도 데뷔전에서 한 쿼터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다. 두경민의 데뷔전은 분명 역대급이었다.

기록보다 놀라운 것은 두경민의 적극적인 자세였다. 그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수비를 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점프슛을 올라갔다. 연속 3점슛을 터트리고 세리머니를 하는 자신감과 쇼맨십은 베테랑들도 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의 신인다운 패기는 ‘오랜만에 물건이 나왔다’는 인상을 심기에 충분했다. 물론 신인이라 미숙한 점도 많았다. 두경민은 상대 수비를 쉽게 놓쳤고, 실책과 파울에 대한 감도 부족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다만 두경민이 현재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동부는 김종규와 김민구를 뽑지 못한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수 있을 전망이다. 프로농구 코트에 벌써부터 ‘경희대 빅3’가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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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경민 /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