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손승락, 4이닝 던진 마무리들의 눈물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3.10.26 10: 40

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들에게 가을이 유독 쓰라리게 다가오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31)은 지난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9회 1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무려 53개의 공을 던지며 4이닝을 버텼으나 13회 1사에서 나온 53번째 공 한 개에 오재일에게 결승 솔로포를 허용하며 이날 팀의 1-5 패의 책임을 지고 패전투수가 됐다.
오승환은 2008년 5월 이후 약 5년 반 만에 개인 최다 타이인 4이닝을 던졌고 같은 해 7월 이후 처음으로 53개의 공을 던졌다. 8탈삼진은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이다. 오승환은 팀을 위해 4번이나 마운드로 올라가 괴력의 피칭을 선보였으나 팀 타선이 그 사이 두 번의 만루를 무산시키며 그에게 패전을 안겼다.

만약이지만 2연승을 거둔 두산이 잠실에서 3경기 안에 2승을 먼저 거둘 경우,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갖추는 오승환이 해외로 진출한다면 이날 등판은 그의 마지막 홈구장 등판이 될 수도 있다. 오승환은 혹시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등판에서 자신의 온 힘을 다해 두산 타자들을 상대했지만 마지막 4이닝 째에는 힘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올 시즌 47세이브를 기록한 넥센 히어로즈 손승락(31) 역시 지난 14일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팀이 0-3으로 뒤지던 9회 마운드에 올라 박병호의 동점 스리런으로 경기가 연장까지 흐르자 13회까지 4이닝을 2피안타 4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팀은 그가 내려간 14회 무려 5실점하며 5-8로 패했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손승락 역시 오승환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최다 이닝이었다. 종전 한 경기 최다 이닝은 3⅔이닝. 그의 이날 투구수는 자신의 최다 투구수(종전 47개)인 64개였다. 그의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무려 64번의 '점프'를 한 셈이다. 구원 투수, 특히 한 구 한 구에 집중해야 하는 마무리 투수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그 경기에 보여줬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두 마무리 투수의 4이닝 등판은 양팀의 불펜 고민을 드러냈다. '구위가 떨어진' 마무리 투수가 다른 불펜 투수들보다 낫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빠른 투수 교체가 생명인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그들을 길게 기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넥센은 그 한계를 드러내며 준플레이오프에서 걸음을 멈췄고 삼성은 2연패의 위기에 몰렸다. 마무리 투수들의 '헌신'이 아쉬움 속에 묻혀버렸다.
autumnbb@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