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홍성흔은 삼성과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오승환은 신이 아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실투를 던질 것이고, 그 실투를 절대 놓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비록 홍성흔은 오승환에게 삼진을 당했지만 오재일이 그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오승환도 신이 아닌 사람으로 한계라는 게 있었다.
오승환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신과 인간의 영역을 오갔다. 1-1 동점으로 맞선 9회 1사 1루에서 구원등판한 오승환은 임재철을 시작으로 10회 김현수-오재일-홍성흔, 11회 김재호-오재원까지 6타자 연속 삼진 처리했다. 12회에도 손시헌-임재철 삼진잡으며 개인 최다 8탈삼진. 그것도 무려 4이닝 동안 53개의 공을 던졌다.
오승환이 4이닝을 던진 것은 신인 시절이었던 2005년 7월2일 대구 삼성전 이후 처음이다. 마무리로 자리 잡기 전이었던 당시 그는 중간계투였고, 길게 던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로부터 무려 8년 만에 다시 4이닝을 던졌다. 투구수는 53개. 고정된 마무리로 활약한 그에게 4이닝 53구 피칭은 분명 어색했다.

이날 오승환은 그야말로 언터쳐블이었다. 최고 153km 직구와 142km 고속 슬라이더가 낮은 코스와 높은 코스를 파고들며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두산 타자들이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며 연신 헛방망이질했다. 절대 오승환의 공을 치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삼성은 10~11회 끝내기 찬스가 두 번 있었으나 결정타가 터지지 않았다. 오승환은 11회는 물론 12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볼끝이 조금씩 무뎌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회 삼성 마운드에는 오승환이 또 서있었다. 오승환은 첫 타자 김현수를 2루 땅볼로 잡았다. 12타자 연속 범타로 4이닝 퍼펙트 피칭. 그러나 후속 오재일에게 던진 151km 직구가 높게 향했고, 우월 솔로 홈런으로 연결되고 말았다. 이날 경기 유일한 안타가 홈런이 돼 오승환은 패전의 멍에가 써야 했다.
경기 후 삼성 류중일 감독은 오승환의 교체 타이밍을 빨리 가져가지 못한 것을 두고 자책했다. 그는 "오승환이 12회를 마치고 투구수가 43개였다. 본인에게 물어보니까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때 감독의 판단이 좀…"이라고 아쉬워을 감추지 못한 뒤 "너무 이기고 싶었다. 놓치고 싶지 않은 경기라서 길게 투입했는데 홈런을 맞은 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투수 교체 타이밍의 실패다.
두산 김진욱 감독도 이날 오승환의 피칭에 대해 "좋았다. 정말 좋았다. 처음 마운드에 올라왔을 때부터 구위가 워낙 좋아 우리 타자들도 인정하고 들어갔다"면서도 "갈수록 우리 타자들이 칠 수 있는 포인트가 잡혔다. (12회) 정수빈 타구부터 조금씩 볼끝이 떨어졌다. 충분히 칠 수 있다고 믿었다"고 오승환 공략을 자신했다.
그러나 삼성으로서도 섣불리 오승환을 빼기 어려웠다. 이미 1차전을 내준 상황에서 2차전마저 패하면 수세로 몰리는 상황. 동점 상황에서 오승환을 내리는 건 부담이 적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타선이 끝내 터지지 않았고, 오승환의 교체 타이밍을 망설이다 놓쳤다.
류중일 감독이 조금 더 욕심을 부려봤지만 결국 과욕이 되고 말았다. 류 감독은 "야구가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토로했다. 신의 영역을 넘나든 오승환이 불의의 홈런 한 방에 울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쉽게 생각하지 못했다. 신과 인간의 영역을 오가는 오승환, 그도 결국에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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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