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수 없다. FC서울이 광저우전을 앞두고 독기를 품었다.
FC서울이 올 시즌 가장 큰 도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13년 아시아 최고의 팀을 결정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경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 경기는 K리그의 아시아 2연속 제패를 위한 가장 중요한 한 판 승부가 될 예정이다.
상대는 이미 서울의 속을 살살 긁어놓기 시작했다. 결전을 앞둔 25일 오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서 먼저 인터뷰에 임한 마르첼로 리피(65) 광저우 감독은 "서울이 연습구장을 제공하지 않았다. 세계적 경기인데 불공평하다. 감독생활 30년 중 이런 대우는 처음"이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심지어 리피 감독은 서울을 조롱했다. 그는 "세계적인 경기인데 이럴 수는 없다. 페어플레이가 아니다. 비록 우리가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지만 서울이 광저우에 오면 최고의 시설과 조명을 갖춘 운동장을 내주겠다"며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리피 감독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광저우는 24일 오후 입국했고, 조명 시설이 갖춰진 훈련장을 요구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은 조명시설이 없기 때문에 서울 측은 오전 입국을 권고했지만 광저우는 서울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한국에 들어와 생떼를 부리기 시작했다. 주경기장을 빌려달라는 요구에 이어 파주NFC까지 요구했다. 입국한 후 자기들 마음대로 구장을 내놓으라며 생떼를 부리고는 "서울이 연습구장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공식 기자회견에서 깎아내린 것.
리피 감독의 오만함 뒤에는 광저우의 재력이 깔려있다. 광저우는 엄청난 자본을 이용해 무리퀴, 다리오 콘카, 엘케손 등 세계적 선수들을 데리고 있다. 이들 세 명의 몸값만 합쳐도 약 222억 원이며, 광저우 선수단의 연봉은 서울의 6배에 달한다. '아시아의 맨시티'로 불리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금전적인 부분들이 승리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광저우의 외국인 3인방이 필승카드라고는 하나 공은 둥근 법. 최용수 감독 역시 "프로스포츠는 돈을 결부시키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돈의 힘이 아닌 순수한 열정과 지혜,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정면대결을 예고했다.
서울은 이번 경기에 많은 것이 걸려있다. 우선 K리그의 자존심이다. 서울은 K리그를 대표해 ACL 역사상 최초로 5년 연속 결승 무대에 올랐다. 특정 국가의 리그팀이 ACL 결승에 5년 연속 진출한 것은 아시아 클럽 대항전이 출범한 1967년 이후 처음이다. 포항(2009), 성남(2010), 전북(2011), 울산(2012), 서울(2013)로 이어진 전인미답의 대기록이다. 서울이 올 시즌 ACL 우승에 성공하면 지난 시즌 울산에 이어 2년 연속 K리그가 아시아 정상을 차지하게 된다.
'더블'의 꿈은 차치한다 치더라도, ACL 결승전은 서울의 올 시즌 농사결과를 결정지을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시즌 시작부터 ACL을 위해 달려온 서울은 창단 이후 첫 결승 진출에 이어 우승까지 일궈내야 한 시즌을 보람차게 마무리할 수 있다. 서울이라는 팀이 보낸 한 시즌의 결과물이 이번 결승 1, 2차전에 달려있다.
마지막 한 가지는 바로 광저우의 오만함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부자구단 광저우가 보여준 상식 밖의 태도에 서울이 보답해줄 것은 한 가지뿐이다. 바로 패배의 쓴맛을 보여주는 것. 최 감독의 말마따나 "돈의 힘이 아닌 순수한 열정과 지혜, 실력"으로 광저우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모두가 서울의 열세를 예상하지만, 서울이 결코 광저우에 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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